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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배 Jan 05. 2019

괜한 충성심, 괜한 성실함

<내 노력을 아무도 알아주는 것 같지 않다는 이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

돌이켜보면 20대의 나는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꽤 높은 사람이었다.


내가 조직 내에서 가장 싫어했던 사람은 팀플레이를 해야할 때 협조가 잘 안되는 이들이었다. 개인만 돋보이려 하고 팀이 협업해야 할 때는 몸을 사리는 이들이 왜 조직에 속해 구태여 피해를 주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쓴소리도 마다 않았고 그래서 적도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나 같은 사람이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자신만 돋보이면 된다는 영악함은 사회 생활에서 꽤 자주 승리한다. 오히려 나처럼 협업 안한다며 쓴소리나 하고 협업할 때 앞장서서 후배들을 독려하며 일을 해내려고 하는 사람들은 피곤한 사람이란 낙인이 찍힐 때도 많다. 매번 그렇게 적을 만들고 또 협조를 구하기 위해 조직원들을 북돋으며 일하는 것 자체가 내게 주는 피로감 역시 상당하다. 결국은 얼마 지나지않아 내 스스로가 지치고 마는 지름길이다.


반면 영악하게 에너지를 본인의 목표에만 쏟은 이들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인정받을 때가 있다. 이제는 나의 우둔한 충성심이나 성실함 혹은 순진무구한 열정보다는 그들의 영악함이 훨씬 지혜롭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굳이 후배들에게 협업의 가치를 강조하지 않는 선배가 됐다. 협업 속에서도 개인이 얻어낼 것이 무엇인지에 더 집중해보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그것은 팀워크의 꽤 유용한 동력이 되기도 한다. 팀을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 일하라고 하는데, 누가 솔깃하지 않을까. 


사실 조직은 조직의 목표가 있는 것이고, 개인은 개인의 목표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 이를 냉정하게 분리해 내는 능력도 길러야 하는 연습도 해야만 한다.


중요한 것은 가짜가 아닌 진짜 능력을 키워내는 것이다. 업무에 대한 이해도와 수행력이 뛰어나지 않지만, 말만 번지르르 잘 하는 사람들이 완장을 찬 곳은 생각보다 많다. 그런 이들은 주로 일의 실행은 팀원들에게 다 던지고 나몰라라 하면서 본인이 한 것인양 포장에만 능하다. 그런 이들이 앞장선 조직들은 금세 내부 균열이 발생하거나 몇년 되지 않아 팀원들도 그런 리더를 닮아가 실제 나오는 성과가 없는 사공만 많은 조직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본인이 업무에 있어 어느 정도 자신이 붙었고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면 나서서 이를 포장하는 것도 결국은 능력의 일종이다. 팀워크에 있어 지나치게 자신을 소비하기 보다 개인이 얻을 것에 집중하며 능력을 키우고, 이후에 서서히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좀 더 지혜롭고 영악한 직장생활이었다는 점을 나는 조금은 늦게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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