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자작 시

by 가을장미




평생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었다

한 자리에 못박혀서


고작 할 수 있는 건

하늘을 향해 손 내미는 것과

땅 속으로 발 뻗는 것 뿐


햇살이 더벅머리를 만져주었고

바람이 가슴을 쓸어주었으며

별들이 속엣말을 해주었건만


높이 솟은 태양만을 우러르며

말없는 풍경이 되고 있었다


그런 나의 품에

삭정이 물어나르며

신방을 짓기 시작한 까치 부부

다정한 비행이 얼마나 부러웠던가


수많은 계절이 지난 어느 가을날

노구의 내 옆으로 다가온 사다리차

전기톱의 굉음과 함께…

날벼락!


휘어지고 부러지고

밑동만 남긴 채

마침내

내 자리를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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