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by writing
C.S.Lewis
시의 외출
관형사를 모자처럼 쓰고
굽 높은 부사를 구두로 신고
시선 끌 형용사를 핸드백 삼아
폼나게 외출하고 싶었다
그러나
거울 속 얼굴은 모자에 가려졌고
높은 굽은 편치 않았으며
핸드백은 초라해 보였다
이젠
내 얼굴 닮은 고유한 명사를 집어 들고
내 보폭으로 편히 걸을 수 있는
운동화 같은 동사로 바꿔 신고서
숨이 가쁠 땐 쉼표
눈물이 날 땐 느낌표
아는 척 않고 물음표로
그렇게
외출의 마침표를 찍고 싶다
가을에 핀 장미처럼 뒤늦게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철에 필 땐 당연하게 여겼을 무심함도 깨달으며 세심한 시선으로 문향 그윽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