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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Feb 13. 2022

글로만 배운 소수 취향과 관계

영화 '모럴센스' 리뷰

2022년 넷플릭스 첫 오리지널 영화로 등판한 '모럴센스'는 여러모로 위험부담이 큰 요소가 많다. 최근 영화계에서 흥행하기 어려워진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영화가 처음인 두 주연(서현, 이준영), 이들이 성적 소수 취향인 BDSM를 이야기하고 있어서다. 


'모럴센스'는 같은 회사 홍보팀 부서에서 근무하는 정지우(서현)와 정지후(이준영) 두 남녀의 이야기다. 정지우는 자신과 이름이 비슷한 상사 정지후의 은밀한 성취향이 담긴 택배를 대신 받게 된 것을 계기로 묘한 관계로 엮이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시놉시스와 소재만 놓고 보면 한국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떠올릴 텐데, '모럴센스'는 다른 결을 띠고 있다. 일반 대중에게 낯선 성적 소수 취향이 어떤 것인가를 친절히 설명하면서 남녀 간 관계를 되짚어본다. 청불 로코 특유의 화끈하고 매운맛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으나, 이 영화의 밝고 유쾌한 톤이 오히려 신선함을 안겨줘 흥미를 끌었다. 


정지후는 주변인들에게 손가락질받을까 봐 자신의 성적 취향을  꽁꽁 숨기고 살아왔다. 전 여자친구 하나(김보라)에게 차인 이유 또한 성적 취향 때문이었고, 이로 인해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다는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러던 중 부하직원 정지우에게 들켜 '주종관계' 계약을 맺게 됐다. 감정 표현하는 게 서툴렀던 정지우는 호감이 생긴 직장상사 정지후에게 다가가고자 주인님(파트너)이 됐고, 그의 취향을 조금씩 배워나갔다. 이렇게 두 남녀가 BDSM으로 점점 동화되어가는 모습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극소수 성취향을 통한 두 남녀의 관계성을 표현하는 묘사들이 자연스럽지 못했다. 주인님(정지우)과 개(정지후)가 되어 역할극을 펼치는 모습들이 어색한 콩트를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발칙한 코미디로 엮어내려는 시도가 보이나, 이들이 보여주는 역할극이 너무나 얌전한 것. 'BDSM이 이런 것입니다'라고 설명하고 예시를 보여주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다 중반을 넘어선 시점부터는 두 남녀의 감정선이 제대로 쌓이지 않은 상태임에도 전형적인 로코 영화의 후반부에서 볼법한 전개로 흘러간다. 여기에 이들이 나누는 사랑의 형태가 '변태'가 아닌, '진지한 사랑'이라면서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급전환한다. 이를 일반인들이 가진 편견을 스테레오 타입처럼 활용해버린다. 신선함과 발칙함은 사라졌고, 진부함만 남았다.


'모럴센스'로 영화 데뷔 신고식을 치른 서현과 이준영은 이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이미지를 벗고 파격 변신하며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갈팡질팡하는 주제와 각본, 영화의 톤 앤 매너 때문에 큰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이엘, 서현우, 김보라, 안승균 등 다른 작품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줬던 배우들마저 묻혀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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