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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Mar 01. 2022

엄벌주의를 논하기 전 생각할 것들

드라마 '소년심판' 리뷰

"아이를 하나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지? 이를 거꾸로 말하면 온 마을이 무심하면 한 아이를 망칠 수 있단 뜻도 돼." -심은석(김혜수)-


극 중 소년 형사합의부 우배석 판사 심은석이 좌배석 판사 차태주(김무열)와 대화하던 도중 이런 이야기를 한다. 대중을 분노케 하는 소년범들을 과연 엄벌로만 다스리야 하는지 되묻게 만드는 대목이다. 어쩌면 이들을 만들어내는 건 무관심한 어른과 사회일지도 모른다고 '소년심판'이 말하고 있다.   


총 10부작으로 구성된 '소년심판'은 연화지방법원 소년형사합의부 판사들과 이들이 법정에서 만나는 소년범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어른들보다 더욱 극악무도하고 폭력적인 소년범들의 행태는 보는 이들의 분노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그럴 때마다 "소년범들을 혐오한다"며 매섭게 응징하려는 심은석의 마인드는 최근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촉법소년 및 소년범들에게 제대로 벌해야 한다며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엄벌주의론자들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와 함께 소년들을 보호하고 교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차태주 같은 인물들의 이상향이 더 이상 실현되기 어렵다고 보여주는 듯했다. 물론 이는 '소년심판'을 겉핥기식으로 본 이들이 느낄 법한 감상평이다.



'소년심판'은 좀 더 깊숙이 들어가 소년범죄를 넘어 소년들이 처한 환경까지 디테일하게 들여다본다. 이들의 가정, 사회, 제도 등 의외로 사각지대가 많다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차태주가 아꼈던 서유리(심달기), 곽도석(송덕호)을 비롯한 아이들이 계속 범죄에 물들 수밖에 없고, 누가 이렇게 만들어가는지 곱씹게 한다. 


더불어 감정호소에 휘둘리지 않는 확실한 처벌과 함께 처분을 둘러싼 고민도 상세하게 파고든다. 범죄와 그에 대한 처분을 대하는 당사자, 학부모 등 주변 인물들의 태도까지 아우르며 작품의 주제의식을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소년심판' 제작진이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면서 각종 케이스들을 차곡차곡 준비해온 흔적들이 드라마에서 잘 드러난다. 이를 냉정하게 그려내고 있어 매우 인상 깊다.


또 '소년심판'에 출연한 배우들 한 명 한 명의 연기력 또한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시종일관 압도적인 포스와 입체적인 면을 표현하는 김혜수를 포함해 김무열, 이성민 등의 검증된 배우들의 존재감은 역시나 엄지 척이다. 뿐만 아니라 소년범과 피해자 역할을 맡은 젊은 신인배우들까지 어디 하나 구멍이 없을 만큼 준수한 연기력을 자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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