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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Mar 29. 2022

세월 흘러도 여전히 불편한 시월드

드라마 '며느라기' 시리즈 리뷰

(※ '며느라기', '며느라기 2...ing'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옛날부터 가장 까다롭고 불편한 관계 중 하나였다. 수많은 작품 속에서 다소 자극적으로 그려지는 고부갈등처럼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체로는 시댁 부모님들이 평범하다. 그런데도 며느리는 피 말리고 자꾸 위축이 된다. 열심히 하는데도 인정 못 받는 것 같고 선의를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여서 그럴 것이다.


과거로부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상황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시댁은 도무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며느리들은 '시월드'라 부르며 자신들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고, 그들은 '며느라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수신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숏폼 드라마로 만들어낸 카카오TV '며느라기'도 주인공 민사린(박하선)을 앞세워 결혼을 통해 '며느리'가 될 이들이 마주하게 될 '현실 시월드'를 리얼하게 그려낸다. 남편 무구영(권율)처럼 시댁 식구들은 어디 하나 모난 데 없고 갈등 하나 없는 화목한 가정이다. 그래서 민사린도 자신의 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족인 시댁에게도 잘하려고 노력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울컥하게 포인트들이 즐비한다. 시어머니 박기동(문희경)은 "회사 다니랴 살림하랴 힘들지?"라고 위로하는 듯 하나, 여기엔 회사와 살림 둘 다 당연하게 해야 한다는 뼈가 들어있다. 초대받은 남친 집에서 설거지를 해야 하나 고민하는 모습부터 시댁 생일상 차리기에 당연히 동원되어야 하는 분위기, 자연분만을 은연중에 강요하는 시댁 부모님, 여자들이 명절 음식을 차려야 하는 풍습까지 분노버튼을 자동 누르게 만든다. 민사린처럼 경험해 본 이들은 자연스레 해당 장면에서 격하게 공감하고 분을 표출한다.



시작은 민사린이 결혼과 함께 '며느라기'가 되면서 겪는 고충들을 보여줬으나, 점점 확대해 '며느라기' 속 다른 여성들과 작품 밖 현실 여성들의 현실까지 천천히 조명한다. 박기동의 딸 무미영(최윤라) 또한 올케 언니 민사린 못지않게 시댁에서 받은 설움들과 남편 김철수(최태환)와의 갈등이 드러난다. 기동은 딸 미영과 며느리 사린, 그리고 큰 아들 무구일(조완기)-정혜린(백은혜) 부부의 결단을 보며 그동안 자신이 며느리로서 살아온 길이 어땠나 되돌아본다. 오랜 세월 세대를 거쳐 전해온 잘못된 성 고정관념과 교육이 너무 깊게 뿌리내렸다는 걸 깨닫게 된다.


시즌 2에서는 과거 축복으로만 여겨져 왔던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 재고하게 만든다. 계획과 달리 임신하게 된 민사린은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불편함들을 맛본다. 임산부라는 이유로 '이것이 좋다', '이건 하면 안된다'고 옥죄며 오지랖을 떠는 식구들과 주변 사람들은 숨 막히게 만든다. 직장은 어떠한가,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임산부'라고 은근슬쩍 배제하고 무언의 압력을 준다. 여기에 굴한 여성들은 원치 않은 휴직과 사직으로 경력단절까지 이어진다.


물론 시즌1에 비해 시즌2에선 다소 정답이 정해진 듯한 차별을 다루긴 하나, 에피소드들을 통해 드러난 민사린이 임산부가 되어 겪게 되는 여러 가지 불편한 지점들은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어 임산부가 해야 할 '당연한 일들'이 과연 당연한 건지 질문을 던진다. 물론 생명 잉태의 소중함을 불편하게 그린다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으나, 예전과 달리 마냥 기뻐할 수 없다는 현실이 됐다는 걸 '며느라기'가 전하고 있다. 또 우리가 인지하던 임신 출산 또한 가부장적 시대가 만들어냈다는 걸 깨닫게 한다.


이 하이퍼리얼리즘 드라마 속에서 배우들의 생활 연기는 더욱 몰입도를 높인다. 이것이 '며느라기' 시리즈에 과몰입하며 격하게 공감하는 원동력이다.


시즌1 : ★★★★

시즌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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