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앰뷸런스' 리뷰
폼은 일시적이나,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했던가. '할리우드 파괴왕' 마이클 베이가 최신 연출작 '앰뷸런스'를 통해 아직 죽지 않은 자신의 클래스를 직접 증명했다.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마이클 베이 특유의 물량공세 액션이 도드라져서다.
지난 2005년 개봉한 덴마크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앰뷸런스'는 아내 수술비를 마련해야만 하는 윌(야히아 압둘 마틴 2세)이 인생 역전을 위해 완벽 범죄를 준비한 형 대니(제이크 질렌할)의 범행에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액션 영화다.
마이클 베이의 다른 작품에서도 그랬듯, '앰뷸런스'의 스토리라인은 매주 단조롭고 기시감이 강하다. 저마다 사정이 있는 주인공 캐릭터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자 은행강도를 벌이고, 경찰과 연방수사국(FBI)과의 숨막히는 추격전으로 이어진다. 이를 13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으로 길게 풀어냈다.
차이점이라면 세계관을 과감하게 확장시킨데 반해, '앰뷸런스'에선 미국 LA로 한정 짓고 오직 추격전에 중점을 뒀다. 이는 마이클 베이 특유의 화끈함과 폭발력 강한 액션과 연출력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LA의 지형지물을 100% 활용해 생생하고 아슬아슬한 카체이싱 액션으로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특히, 수십 대의 경찰차량과 헬기 등이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대니와 윌 형제가 탑승한 앰뷸런스를 추격하는 모습은 가히 인상적이다.
적재적소에 투입되는 총격전과 폭파 장면들은 '앰뷸런스'의 화려함을 더욱 증폭시킨다. 여기에 응급구조사 캠(에이사 곤살레스)을 인질로 붙잡은 대니와 윌 형제의 최악의 인질극은 쫀쫀한 맛을 가미한다. 이를 소름 끼치는 사이코패스 기질을 갖춘 대니를 맛깔나게 소화한 제이크 질렌할과 옳고 그름에 갈등하는 야히아 압둘 마틴 2세의 내면 연기도 볼만하다.
'앰뷸런스'에서 마이클 베이의 두드러진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쉽게 눈에 띈다. 항상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던 완급조절 부족은 이번에도 드러난다. 두 시간 넘게 액션의 화려함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반복하는 패턴 때문에 피로감을 유발한다. 또 오직 펑펑 터지는 액션과 효과 등 외형적인 면에만 공들였기에 여운이 남진 않는다.
언제나 그랬듯, 뜬금포도 튀어나온다. 피부색이 다른 끈끈한 브로맨스를 그려낸 건 칭찬할 부분이지만 이들의 진한 가족애가 갑작스럽게 등장해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반전 코드로 '배신'을 사용하긴 하나, 어느 지점에선 납득하기 힘들게 다가온다.
그래도 "총체적 난국"이라고 혹평을 면치 못했던 이전작들과 비교한다면, 마이클 베이의 '앰뷸런스'는 장점이 더욱 도드라지고 극장에서 가볍기 즐기기 좋은 작품이다. '앰뷸런스'를 발판으로 마이클 베이가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 지도 궁금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