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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Apr 09. 2022

사실 이 영화는 '버디무비'다

영화 '야차' 리뷰

'야차'의 첫 인상을 보면 지난해 가을 방영된 MBC 드라마 '검은 태양'이 떠올랐다. 국가정보원 블랙 요원, 중국 선양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숨막히는 첩보전, 타격감 높은 액션이 닮아 보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첩보 액션 탈을 쓴 '버디무비'였다. 


'야차'는 스파이들의 최대 접전지 중국 선양에서 '야차'로 불리는 지강인(설경구)이 이끄는 국정원 비밀공작 전담 블랙팀과 특별감찰 검사, 그리고 각국 정보부 요원들의 숨막히는 접전을 그린 작품이다.


요근래 보기 힘든 국내 첩보 액션물이라는 점에서 '야차'가 눈에 띄긴 하나, 사실 다른 한국 영화나 할리우드에서 양산한 수많은 첩보 액션 영화에서 선보였던 클리셰를 고스란히 답습한다. 남한과 북한 그리고 일본의 삼각 구도나 은밀하게 움직여야 할 스파이들이 화려한 액션을 동반한 첩보전, 외부의 적과 내부에 숨어있는 배신자의 등장, 이를 통해 만들어내는 어딘가 익숙한 반전 그림들이 이 영화의 주요 구성이다.


물론 나헌 감독이 심혈을 기울이면서 영화를 만든 노력들이 보인다. 실제 총기 36정과 약 7700발 총알을 동원하고 현장에 총기 교관이 상주할 만큼, 총기 액션 신에 열과 성을 다했다. 그래서인지 초반 북한 공작원과의 총격전이나 중반 중국 공안과의 충돌, 후반부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총기 액션들이 눈여겨 볼 만하다. 다만, 몸 속 깊숙이 전율을 일으키거나 '현실처럼 실감난다' 급의 느낌을 주진 못한다.



'야차'를 보다보면 액션 이외 중간중간 유머들이 튀어나온다. 지나치게 할리우드식 위트를 따라잡으려고 의식했는지 웃으라고 의도한 장면과 대사에서 웃음이 나오질 않는다. '인사 잘한다' 식의 철 지난 유머는 실소만 안겨줄 뿐이다.


이 영화에서 제일 인상 깊은 건, 화려한 액션보다도 두 주인공 지강인과 한지훈(박해수)의 관계성이다. 첫 만남부터 영화가 막을 내릴 때까지 티격태격 부딪치면서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가 '버디무비'에 가까운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원치않게 한직으로 밀려난 검사 한지훈은 국정원 비밀공작 전담 블랙팀의 특별감찰을 기회 삼아 재기를 꿈꿨고, 전 세계 스파이가 몰리는 중국 선양으로 간다. 대쪽 같은 그의 눈에는 '임무 완수'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강인이 심히 거슬린다. 그래서 사사건건 부딪치게 된다. 지강인 또한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외부인 한지훈이 달갑지 않고 텃세를 부리며 견제한다. 그러다 '정의'라는 이름 하에 공조하게 된다.


이 두 캐릭터의 관계 또한 어디선가 많이 본 그림이라 아쉬웠다. 그런데도 설경구와 박해수였기에 흡입력 있는 연기력을 앞세워 지강인과 한지훈의 투닥투닥 케미스트리를 재밌게 만들 수 있었던 게 위안거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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