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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Apr 12. 2022

프리즘처럼 세상을 비춘 예술가

영화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 리뷰

예고편만 보면 사랑스러운 고양이들과 달달한 커플의 착한 로맨스물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주인공 루이스 웨인의 삶을 알게 된다면, 결코 행복한 렌즈로만 바라보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끊임없이 붓질을 해나갔다.


영화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는 평생 고양이만 그렸던 영국 화가 루이스 웨인(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전기를 조명하고 있다. 그는 기도하고, 웃고, 옷을 입혀 의인화한 고양이 그림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루이스 웨인이 그린 그림과 고양이를 향한 애정은 100여 년 전 생소했던 반려묘 개념을 심어주기도 했다.


루이스 웨인은 한평생을 그려온 고양이의 성질과 많이 닮아 있다. 남들에게는 그의 행동과 생각이 우스꽝스럽게 보이고 루이스는 세상을 향해 겁이 많다. 그러나 때로는 용감한 면모를 드러낼 때도 있다.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 에밀리 리차드슨(클레어 포이)과 우연으로 만난 반려묘 피터가 있다면 용기를 낼 줄도 안다.


루이스의 삶은 자신이 남긴 고양이 그림 변천사처럼 흘러간다. 에밀리와의 결혼 생활을 담은 전반부는 동화적인 분위기로 꾸며나갔다면, 사랑하는 존재를 상실하면서 아픔을 느끼기 시작하는 부분부터 영화의 톤이 바뀐다. 점점 형형색색과 화려한 환각 예술로 변모해나가듯, 루이스의 심경과 정신세계는 고통으로 가득 채운다. 마치 프리즘으로 루이스 웨인을 다각도로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끊임없이 괴롭히는 생활고와 공허함, 가족 간 불화 그리고 정신질환 속에서도 루이스 웨인의 프리즘은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려고 한다. 에밀리의 말대로 고양이라는 매개물을 통해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루이스 웨인은 고양이 그림을 통해 아내와 피터가 전기로 이어지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루이스 웨인의 다층적인 내면을 잘 형상화한 '루이스 웨인: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에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존재감은 강렬하다. 20대 순수하고 엉뚱한 루이스부터 새하얗게 머리가 샌 늙은 루이스까지 메소드 연기를 펼치며 영화의 몰입도와 흡인력을 끌어모은다. 프리즘처럼 다각도로 펼쳐내는 그의 연기는 이번에도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이 영화의 원제는 'The Electrical Life of Louis Wain'('루이스 웨인의 전기적인 삶')인데 "루이스가 전기를 삶의 가장 놀라운 비밀들을 여는 열쇠라고 불렀다"는 내레이션이 제목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한국어로 의역한 '사랑을 그린 고양이 화가'가 더욱 와닿는다. 생동감 넘치는 삶의 원동력인 '전기'로 루이스 웨인은 사랑을 표현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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