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앤 K. 롤링, 제발 욕심을 좀 버려요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리뷰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를 보고 있자면, 조앤 K. 롤링을 향한 아쉬운 소리가 많이 나온다. 원작 소설을 통해 틀이 잡힌 세계관을 구축한 덕분에 영화화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던 '해리 포터' 시리즈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결과물을 낳고 있어서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 세 번째 장인 '덤블도어의 비밀' 편도 크게 나아지진 않았다.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은 머글과의 전쟁을 선포한 그린델왈드(매즈 미켈슨)와 덤블도어(주드 로) 군대의 대결 속 가장 거대하고 위험한, 세상을 구할 마법 전쟁을 그리는 내용이다.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편은 알버스 덤블도어의 은밀한 비밀, 또 과거 연인이었으나 현재 적으로 돌아서게 된 겔러트 그린델왈드와의 서사에 주목한다. 피의 맹세까지 하는 등 유대감을 형성했던 두 사람의 관계가 깨진 이유가 무엇인지 드러난다. 동시에 주인공 뉴트(에디 레드메인)는 덤블도어의 임무를 부여받고 친구들과 그린델왈드의 세력을 저지하러 나선다. 

전작인 '그린델왈드의 범죄'에서는 무리하게 세계관을 확장시키려다 그동안 쌓아온 설정들이 충돌했고, 이와 맞물려 각본에서도 구멍이 많이 드러났다. 갑자기 크레덴스(에즈라 밀러)의 '출생의 비밀'까지 더해져 중구난방이 되는 바람에 혹평을 면치 못했다. 그에 비하면 '덤블도어의 비밀'은 뿌려놓은 떡밥들을 조금씩 회수하면서 나아진 듯한 모습을 보이긴 한다. 허나 부족한 개연성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단점.  

이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뒤엉키면서 발생한 것이다.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 크레덴스의 비밀, 머글 제이콥(댄 포글러)과 퀴니(앨리슨 수돌)의 사랑 이야기, 뉴트와 테세우스(칼럼 터너) 형제까지 조앤 K. 롤링은 142분 러닝 타임에 너무 많이 이야기하려는 과욕을 부린다. 덕분에 유기적으로 이어가야 할 부분임에도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의문부호만 띄운다. 결국 전개를 위한 전개로 전락하고 말았고, 개연성에서도 문제를 노출한다.

전편보다 나아졌다곤 하더라도 주인공 뉴트와 신비한 동물들의 처우는 1편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푸대접이다. 기린과 전갈을 제외하면 신비한 동물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 뉴트에게 중요한 인물 티나(캐서린 워터스틴)와의 관계성은 이번 편에서 증발한 수준이다. 생존을 위해 전갈춤을 추는 뉴트와 테세우스 형제의 탈출 신만 선명하게 기억 남을 정도다.

'덤블도어의 비밀'은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부탄 등 등장 캐릭터들의 활동 범위가 확실히 넓어져 스케일을 키우긴 했으나 딱히 매력적이진 않다. 산만할 뿐이다. 마법사의 전쟁과 정치 상황이 맞물린 채로 끊임없이 이동하는데, 매듭을 짓지 않고 판만 키우는 느낌이랄까. 이 또한 세계관의 제대로 지키지 않고 스스로 무너뜨리는 조앤 K. 롤링의 또 다른 패착이다.

칭찬할 점도 있다. 사생활 문제로 중도하차하게 된 조니 뎁 대신에 그린델왈드를 연기한 매즈 미켈슨이다. 처음부터 그린델왈드였던 것처럼 엄청난 아우라와 연기 내공을 선보이며 조니 뎁의 그림자를 완벽히 지워낸다.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이 유일하게 거둔 수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