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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Apr 29. 2022

폭력만큼 잔인한 괴물들의 이기심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리뷰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크랭크업 했을 당시였던 2017년에는 몰랐을 것이다. 일련의 사건 때문에 개봉하기까지 무려 5년이나 묵혀두게 된다는 점, 그리고 가까스로 세상에 공개될 시점에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것을.


일본 작가 하타사와 세이코가 쓴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학생 김건우(유재상)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가해 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의도하진 않았으나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최근 몇 년간 연예면부터 사회면까지 다분야에서 꾸준히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학교 폭력 문제를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드라마 '소년심판', '돼지의 왕'이 같은 소재를 담으며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다만 앞에서 언급한 작품들과 달리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가해자의 관점에서 학교 폭력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흥미를 유발한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전체적인 느낌은 케케묵었거나 뻔한 구석이 없다는 점이다. 원작 연극 자체가 현재도 일본에서 꾸준히 상연될 만큼 탄탄한 이야기를 갖추고 있긴 하나, 마치 연극 무대를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작품의 흡인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고 구성 또한 치밀하다.



자식들이 일으킨 학교 폭력과 이를 덮으려는 부모들. 서로가 닮은 부모와 자식 간 추악한 민낯의 연속은 무서운 재난이 되어 스크린 너머에 있는 관객들에게 다가오며 인재(人災)가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경각심을 심어주며 이를 촘촘하게 담아낸다. 폭력만큼 잔인한 괴물들의 이기심이 너무나 소름 끼친다.


건우의 자살 시도 사건의 실체가 점점 수면 위에 떠오를수록, 이를 매장하려는 가해자들의 물밑작업이 심해질수록 피 말리게 만든다. 폭력 가해자와 방관자, 방조자, 진실을 증명하려는 자, 조작하는 자 모두에게 감정 이입하게끔 만들어서다. 그러면서 최종에 도달하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고 질문한다. 동시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어떤 지도 물어본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출연 배우들이 절묘하게 합을 이루면서 동시에 과하거나 부족함 없이 적정선을 유지하며 균형을 맞추는 게 인상 깊다. 접견 변호사이자 폭력 가해자 아들을 둔 강호창 역의 설경구의 실시간 변주는 흥미롭다. 그가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건 누구나 다 알지만, 상황과 흐름에 따라 계속 바뀌는 얼굴과 연기는 대단할 따름. 설경구를 중심으로 오달수, 천우희, 문소리, 고창석 등 각자 맡은 색깔과 상징성을 100% 표현해낸다. 여기에 성유빈, 유재상, 정유안, 박진우, 정택현, 노정의 등 아역을 연기한 신예들도 이목을 끈다.   


결과적으로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시대와 흐름을 타지 않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연출했던 전작들이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 갈렸던 김지훈 감독에게도 드디어 작품성을 인정받을 만한 영화가 탄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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