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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May 04. 2022

불의를 향해 무작정 분노의 질주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 리뷰

영화 제목에 걸맞게 처음부터 끝까지 불도저처럼 무작정 밀어붙인다. 불의를 향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앞으로 직진하는 '분노의 질주'와도 같다.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 이야기다.


'불도저에 탄 소녀'는 예상치 못한 아빠 본진(박혁권)의 사고와 살 곳마저 빼앗긴 채 어린 동생 혜적(박시우)과 내몰린 19살 혜영(김혜윤)이 자꾸 건드리는 세상을 향해 분노를 폭발하는 작품이다. 왼팔에 커다란 용 문신을 새긴 혜영은 자신의 경계선을 침범하는 이에게 가차 없이 주먹을 날리고 폭주하는 인물. 그러던 중 아빠의 사고를 파헤치다가 권력의 추악한 민낯을 발견하게 된다.


거칠고 요령 없이 오직 폭주한 채 분노의 질주를 펼치는 혜영처럼 '불도저에 탄 소녀'는 터프하고 투박함을 엔진 삼아 전진한다. 혜영이 마주한 세상의 불편한 부분들을 가감 없이 드러내 그의 행보를 지켜보는 이들마저 분노와 절망감을 유발하게끔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다.


폭주할 줄 밖에 모르는 혜영이 감당하기엔 사태들이 너무나 복잡하다. 임금체불, 보험사기, 권리금 등 이제 갓 성인이 되려는 10대 소녀에겐 거대한 장애물로 작용해 가로막는다.



세상의 부조리함에 분노하고 폭주하는 혜영의 감정선을 이해할 수 있으나, 서사를 풀어가는 방식은 다른 사회 고발 성향을 띠는 작품들과 비슷하다. '불도저의 탄 소녀' 또한 관습적인 설정이나 성긴 구성이 눈에 밟힌다. 앞에서 다양한 문제들을 풀어놓으며 복잡하게 꼬이는 듯했으나, 후반부로 넘어가는 과정에선 전혀 중요치 않아 보이는 곁가지 취급을 받는다. 이 때문인지 흑막과도 같은 최영환(오만석)은 '뻔한 악역'에 그친다.


이와 맞물려 영화 제목을 따라 불도저에 올라탄 혜영의 행선지와 그의 행동도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애매모호하다. 되려 시종일관 '불의를 향한 분노'로 달려온 영화 주제의 거침없는 기세를 스스로 꺾는 것처럼 보인다.   


보기에 따라 납득하기 힘든 지점도 있으나, 구혜영을 연기한 김혜윤의 에너지와 폭발성은 대단하다. 헐겁고 빈틈이 보이는 작품에서 지칠 줄 모르는 폭주기관차처럼 내달리면서 채운다. 장편영화 첫 주연작이라는 부담감을 나름대로 잘 극복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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