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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May 07. 2022

판타지 뮤직 드라마? 기대가 컸나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 리뷰

'판타직 뮤직' 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너무나 컸던 탓일까. 넷플릭스는 '안나라수마나라'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판타지 뮤직 드라마를 선보이긴 했으나 드라마를 향한, 그리고 동명 웹툰을 사랑했던 대중의 기대와 믿음을 저버렸다. 


웹툰 작가 하일권의 동명 웹툰을 각색한 '안나라수마나라'는 꿈을 잃어버린 소녀 윤아이(최성은)와 꿈을 강요받는 소년 나일등(황인엽)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미스터리한 마술사 리을(지창욱)이 나타나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보기 드문 뮤지컬 드라마 장르를 띠고 있어 공개되기 전까지 '안나라수마나라'가 어떻게 표현해낼지 궁금증이 컸다.


'안나라수마나라'는 최대한 원작 스토리에 충실한 채 서사를 그려나간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소년소녀들의 고민과 성장통을 마술과 결합시켜 위로를 전한다. 동시에 과연 진정한 어른이 어떤 모습인지 질문을 던진다. 이를 정성스럽게 이미지로 포장한다.

 

총 6회로 구성된 '안나라수마나라'에서 눈에 띄는 건, 최성은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이다. 영화 데뷔작인 '시동', 'SF8-우주인 조안', '괴물', '십개월의 미래' 등 출연작마다 인상 깊은 연기력을 남겼던 그가 '안나라수마나라'에서는 입술을 파르르 떠는 디테일함까지 펼쳐내면서 대단한 재목임을 다시 한번 증명해낸다.



'판타지 뮤직'을 내건 뮤지컬 드라마인 만큼, '안나라수마나라'는 외적인 요소에 엄청나게 힘을 줬다. 박성일 음악감독과 김이나 작사가가 참여해 곡들의 퀄리티를 높이고 안무는 '팬텀', '마타하리', '웃는 남자' 등에 활약한 홍세정 안무가가 맡았다. 여기에 리을의 마술은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담당했다. 호화로운 제작 참여진 스쿼드임에도 보는 이들을 사로잡을 만한 요소들이 부족해 보였다. 


뮤지컬 드라마라는 걸 지나치게 의식했는지, 학교를 배경으로 한 1회 오프닝 시퀀스를 시작으로 의무적으로 회차별로 신과 신 사이에 넘버를 집어넣어 '뮤지컬 드라마'라고 강조하는 듯한 흔적들이 느껴진다.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다 보니 몰입도를 방해한다. 국내에서 시도하지 않은 장르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어설프고 이질감이 느껴지는 구간들이 많은 점까지 가릴 순 없다. 그래서인지 배우들이 부르는 감미로운 노래들마저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마술사 리을의 표현법이 '안나라수마나라'를 향한 아쉬움을 배가시킨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마술로 이목을 끌었던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신비로움과 환상이 떨어진다. 이는 연기하는 배우를 돋보이게 할 영상미나 연출력에서 한계가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치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무대에서 즉석으로 마술을 펼쳐야 하는 마술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관객들에게 마술을 믿게 만드려면, 마술사에 집중하게 만들 수 있는 환경과 장치들이 필요하다. '안나라수마나라'는 안타깝게도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다. '첫 뮤지컬 드라마'에만 신경 쓴 나머지, 중요한 다른 요소들이 헐겁거나 빠진 것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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