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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May 09. 2022

확장하는 MCU, 본격 시험대 올랐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리뷰

마블 히어로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두 번째 편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이하 '닥터 스트레인지 2')는 멀티버스를 도입해 끊임없이 확장 중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게 중요한 이정표다. 대중성과 마니아 취향 사이에서 아슬아슬 선을 타는 MCU 작품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


6년 만에 후속 편으로 돌아온 '닥터 스트레인지 2'는 여러 작품과 연결되어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스칼렛 위치' 완다(엘리자베스 올슨)의 이야기는 디즈니+ '완다비전'의 연장선상이고, 닥터 스트레인지의 심리를 깊게 파악하려면 '왓 이프'를 선감상해야 한다. 또 MCU 내 멀티버스 개념을 쉽게 이해하려면 '로키'도 봐야 한다. 연속성의 지닌 다른 MCU 작품보다도 더욱 복잡하게 얽혀 있는 셈.


점점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으나, 일반 관객들에게 사전 배경지식을 필수로 요구할 수준은 아니다. 완다가 왜 아메리카 차베즈(소치 고메즈)의 능력에 집착하는지, 왜 닥터 스트레인지가 여러 명인지 플롯을 간단명료하게 구성해 최대한 방지턱을 낮추고 있어서다. 앞서 언급한 새 캐릭터 아메리카 차베즈에 비중을 높이며 힘을 줬다.


다른 MCU, 혹은 슈퍼 히어로 영화들과 달리 '닥터 스트레인지 2'는 공포 영화처럼 연출했다는 점에서 인상 깊다. 이는 '이블 데드' 등 공포 영화의 대가이자 동시에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로 명성을 높인 샘 레이미였기에 가능했다. 무자비하게 살인하고 피칠갑을 두른 채 쫓아오는 스칼렛 위치나 그에게 쫓기는 닥터 스트레인지 일행, 히어로 영화서 보기 힘든 좀비나 악령의 등장이 그 예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봐왔던 MCU 영화들보다 '닥터 스트레인지 2'의 전투 신이나 호러 신 등의 묘사 수위가 직접적인 노출을 덜어냈음에도 매우 높다. 이 점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이는 MCU가 페이즈4에 접어들면서 메가폰을 잡은 연출자들의 고유 색깔이 많이 반영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이터널스'만 하더라도 클로이 자오 감독의 이전작 스타일이 강조돼 기존 히어로 영화 문법과는 다른 노선을 보였고, 이에 불호를 외치던 관객들도 제법 많았다.


지난해 연말 개봉한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부터 본격 멀티버스 체제에 걸맞은 다양한 캐릭터들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멀티버스 이동 능력을 지닌 아메리카 차베즈 이외에도 다른 세계관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닥터 스트레인지, 그리고 일루미나티 등 호기심을 유발하는 캐릭터들이 '닥터 스트레인지 2'에서도 만날 수 있다. 다만,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비해 관객들을 사로잡을 만한 한 방을 가진 캐릭터는 없다는 것이 단점.


'닥터 스트레인지 2'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역시나 빌런에서 히어로가 되었다가 다시 빌런이 되어버린 스칼렛 위치인데, 그가 곧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염력과 드림워킹 등 절대적인 능력으로 압도하는 아우라는 훌륭하나, 그가 왜 강한 모성애를 표출하며 쌍둥이 아들에게 집착하는 면은 걸림돌로 다가온다. 물론 '완다비전'을 정주행 했다면, 금방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나 MCU를 순차적으로 따라가지 않은 이들에겐 단번에 이해하기 힘든 지점일 수 밖에. "찐 주인공은 스칼렛 위치"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MCU표 슈퍼 히어로 영화가 국내에선 검증된 킬링 콘텐츠 중 하나인 만큼, '닥터 스트레인지 2'의 흥행 면에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오락성도 괜찮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점점 연계된 작품들이 많고, 마블을 사랑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간 격차 혹은 보이지 않은 벽은 커질 것이다. 이번 '닥터 스트레인지 2'에서도 그 간극이 보였다. '닥터 스트레인지 2'와 MCU가 이번 시험대에 오른 뒤, 어떤 길을 가게 될지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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