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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May 31. 2022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마법

영화 '오마주' 리뷰

영화 '오마주'가 일으키는 바람은 매우 잔잔한데 가슴 깊숙한 곳에서 묵직한 울림을 일으킨다. 아마 과거(1960년대)와 현재를 이어주는 마법을 알게 모르게 발휘하고 있어서다.


'오마주'는 슬럼프에 빠진 중년 여성 영화감독 김지완(이정은)이 1960년대에 활동한 한국 1세대 여성감독 홍재원(김호정)이 연출한 '여판사'를 복원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1962년에 살았던 홍재원과 오늘날의 김지완을 이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한다. 


각각 다른 시대에서 살아가는 인물임에도 묘하게 공통점이 많다. 여성 감독이자 동시에 자신의 꿈인 영화를 만드는 데 각종 장애물처럼 등장해 이들을 방해한다. 극 초반부 수영을 잘 못해서 물 위에서 허우적거리는 지완의 모습처럼 두 캐릭터는 각자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에서 아등바등 고군분투를 한다는 점까지 데칼코마니다.


검열 등으로 인해 중간중간 필름이 끊기고 음성이 유실된 '여판사'처럼 삶은 생각 이상으로 난관에 많이 부딪치고 혹독하다. 그런데도 꿈을 쉽게 손 놓질 못한다. 지완은 '여판사'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영화와 여성으로서 삶 사이에서 분투하던 여성 영화인들의 발자취를 쫓고 거기서 자신의 현재를 투영해 위로를 받는다.  



잔잔한 일상을 그린 '오마주'는 영화 제목의 사전적 의미처럼 1세대 여성 영화감독 홍은원을 향한 존경과 경의가 담겨 있다. 그의 연출작 '여판사'를 영화 속으로 가져와 지금보다 더 힘들었던 여성 필름 메이커들의 삶을 쫒으며 그들이 남긴 업적에 애정과 찬사를 보낸다. 


동시에 '오마주'는 연출을 맡은 신수원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도 엿볼 수 있다. 단발머리와 뿔테 안경, 중년 여성 감독인 지완에게서 그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완의 행동과 표정, 목소리는 어느 시점부터 각색이 아닌 현실처럼 다가올 만큼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여기에 액자식 구성과 시간 여행 같은 전개, 은유적인 표현들이 '오마주'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영화에서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이정은의 존재감은 '오마주' 러닝타임을 꽉 채운다.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생활 연기와 표현으로 간간히 꿈을 이뤄가는 여성 영화인 김지완을 실존 인물처럼 구현해낸다. 동시에 아내, 혹은 엄마로서 서툴고 헤매는 또 다른 면을 생동감 넘치게 잘 표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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