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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un 06. 2022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기억될 '존재'

영화 '애프터 양' 리뷰

인간은 언젠가는 삶을 마감하고 죽음에 도달한다. 생명이 없는 기계 또한 오랜 시간이 지나면 고장이 난다. 때가 되면 멈추게 되지만, 이들의 '존재'와 함께 했던 순간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기억된다. '애프터 양'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이게 아니었을까.  


알렉산더 와인스틴의 단편 소설 '양과의 안녕'을 원작으로 한 '애프터 양'은 고도로 발달한 테크노 사피엔스가 보편화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극 중 주인공인 제이크(콜린 패럴), 키라(조디 터너스미스) 가족은 첫 등장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로 다른 인종에 입양한 딸, 딸의 정체성을 알려주기 위해 데려온 안드로이드까지. 함께 사진을 찍고 게임을 즐길 때만 하더라도 이 특별한 가족은 누구보다도 화목하고 단란해 보였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양(저스틴 H. 민)이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하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작별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제이크, 키라 가족 사이에 큰 공백이 자리잡기 시작한다. 특히 빈자리를 크게 느낀 건, 맞벌이 부모를 대신해 양과 오랜 시간을 보낸 미카(말레아 엠마 찬드로위자야). 미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던 제이크와 키라는 그동안 몰랐던 양의 기억이 담긴 영상을 보면서 그의 감정을 알게 된다.


'애프터 양'의 메인 스토리는 가족 관계를 되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양과 작별하기 전까지 제이크는 자신이 운영하는 차 가게를 핑계로 미카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딸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그동안 자신이 몰랐던 미카의 마음과 버릇 등을 알게 되면서 과거를 반성한다. 제이크와 함께 지내면서 미카 또한 제이크와의 불편함을 해소해나간다.



동시에 인간에 대한 질문들을 하나둘 천천히 던진다. 제이크와 키라는 양의 방대한 '기억'들이 담긴 메모리를 살펴보며 누군가와 만나는 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느끼게 만든다. 동시에 이 부분을 너무나도 쉽게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것 또한 깨닫게 만든다. 노자의 말에 대해 자기 생각을 밝히는 양의 대사나 그가 입고 있던 '릴리 슈슈' 티셔츠, '릴리 슈슈의 모든 것' OST인 'Glide' 등장 등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서 비롯된다.


더 나아가 인간 우월적인 시선과 생각을 반성하게 만드는 모습도 드러낸다. 복제인간을 향한 제이크의 태도부터 인간과 비인간의 존엄성까지 고찰의 깊이가 더해진다.


코고나다 감독은 '애프터 양' 속 근미래를 목가적이고 동양적인 분위기를 잘 살려낸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그려내 관객들에게 친근하면서도 묘함을 안겨준다. 또 양의 메모리를 들여다보는 장면 등을 이전에 자신이 만든 비디오 에세이들처럼 차분하고 미니멀리즘한 연출로 경이로움을 배가시킨다. 서정적인 화면에 걸맞은 테마 음악이나 애달픈 정서 등도 눈에 띈다.


콜린 파렐은 연기에 특별히 강약 포인트를 주지 않고도 극을 자연스럽게 잘 리드해 나간다. 그리고 안드로이드 양을 연기한 저스틴 H. 민의 독특한 분위기와 얼굴 표정은 자꾸만 들여다보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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