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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un 08. 2022

별만 보고 따라가다 헤맬 뻔

영화 '카시오페아' 리뷰

극 중 인우(안성기)는 손녀 지나(주예림)와 카시오페아 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카시오페아는 북두칠성과 더불어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하는 별자리로, 길을 잃어버렸을 때 카시오페아를 찾으면 된다고 대화한다. 하지만 영화는 별만 보고 따라가다 하마터면 길을 잃을 뻔한 구간들이 더러 보인다.


영화 '카시오페아'는 변호사이자 엄마, 딸로 완벽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했던 수진(서현진)이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며 아빠 인우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특별한 동행을 담고 있다. '동주' 등 각본으로 유명세를 알린 신연식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았고, 드라마에서 강세를 보였던 서현진이 '사랑하기 때문에' 이후로 5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알츠하이머 환자가 등장한 작품들은 '카시오페아' 이전에도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나 설정 등이 다소 기시감이 느껴질 수 있다. '카시오페아' 또한 큰 틀에선 '안 봐도 비디오'라는 느낌이 들 만큼 비슷한 전개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차이점이라면 평범한 스토리에 생명을 불어넣는 배우들의 공이다. 특히 서현진은 '카시오페아'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잘 나가던 변호사가 초로기 치매 진단을 받고 급속도로 악화돼 급격히 변하는 일상을 메마른 표정과 감정을 숨긴 듯한 대사 전달력으로 표현한다. 또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자신에게 화내고 두려워하는 감정선을 극대화시키며 관객들을 설득시킨다. 주인공이 왜 서현진인지 묻는 질문에 단번에 답한다. 



서현진이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맡았다면, 안성기는 매우 차분하고 담담한 톤으로 이어간다. 특유의 부드러움이 극의 불안감과 감정 고조를 토닥이며 밸런스를 맞춘다. 여기에 아역배우 주예림의 단짠단짠 연기력은 눈에 계속 밟힌다. 


안성기, 서현진 부녀 케미가 선보인 병마와의 싸움, 고통 등을 현실감 넘치게 표현하는 건 좋다. 그러나 이들의 열연만으로 커버하기엔 서사나 설정 등 군데군데에서 구멍이 보인다. 옛날 영화에서 볼법한 BGM은 되려 감정선에 몰입하는 데 산통을 깨는 빌런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중반을 넘어 수진이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별을 봐야만 한다는 서사도 갑작스럽다. 극적인 요소를 주기 위해 투입된 반전 요소도 너무 작위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열린 결말스러운 끝맺음을 지켜본 뒤, '카시오페아'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희석되어버린 느낌이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주는 아픔과 그로 인해 무너진 가족을 그려내려는 신인식 감독의 의도는 마치 카시오페아처럼 어디서든 봐도 확고하다. 다만 스토리 전개나 설정 등은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에게 자칫 다른 길로 헤매게 만드는 걸림돌처럼 반작용한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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