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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un 17. 2022

언제까지 자기소개만 할 거야?

영화 '마녀 Part2. The Other One' 리뷰

박훈정 감독이 연출을 맡은 '마녀' '마녀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2') 추억의 게임 '아이  그라운드' 닮아있다.   자신을 남에게 소개해야 한다는 설정을 비슷하나, 재미는 '아이  그라운드' 손을 들어주고 싶다. 263(1+2 러닝타임 총합) 동안 자기소개할 줄은 예상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여성 원톱 액션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마녀'는 여러 가지 어른들의 사정을 거친 후 4년 만에 속편 '마녀2'로 돌아왔다. 애초에 박훈정 감독이 '마녀' 유니버스를 구상해온 만큼, '1대 마녀' 구자윤(김다미)에 이어 '2대 마녀' 소녀(신시아)가 등장한다.


주인공이 바뀐 만큼, '마녀2'는 뉴페이스인 소녀와 이들이 탄생하게 된 기원을 소개하면서 포문을 연다. 이어 소녀가 지내온 비밀연구소가 무차별 파괴됐고, 이로 인해 세상 밖으로 나오자 그를 쫓는 무리들이 하나둘 등장한다. 그 사이에 소녀는 경희(박은빈), 대길(성유빈) 남매를 만나면서 따뜻한 일상을 마주하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마녀2'가 '마녀' 유니버스로 확장시키는 중요한 관문인 만큼 박훈정 감독은 이번 편에서 확실히 힘을 줬다는 인상이 영화 곳곳에서 쉽게 느껴진다. 소녀를 포함해 새로운 캐릭터들이 이번 편이 물밀듯이 쏟아지고, 스케일도 전편보다 훨씬 커졌다. 특히 '낙원의 밤' 못지않게 '마녀2'에서도 제주도를 적극 활용하여 카메라 앵글에 담아내고 있다는 게 스크린 너머로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



그러나 '마녀2'는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제주도를 100% 살려내질 못한다. 1편에서 뿌린 떡밥을 회수해 내실을 다져 놔야 함에도 오히려 2편에서 더 많은 떡밥을 뿌리는 무책임함 면모를 드러낸다. 여기에 온전히 서사에 집중하는 것도 매우 힘들 지경에 이른다.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먼데, 앞보단 자꾸 뒤를 쳐다보게 만드는 형국에 이르렀다.


전편에서 노출했던 단점이 이번 '마녀2'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관객들을 사로잡아야 할 소녀의 신비스러운 매력이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퇴색되어 간다. 신시아의 묘한 표정과 눈빛 연기가 어떻게든 흐트러진 몰입도를 붙잡으려고 고군분투하는데, 캐릭터들의 소모적인 투머치토크의 향연이 빌런처럼 방해한다. 이 때문에 긴장감과 쉼표를 조절하지 못해 지루함만 가져다준다.


너무 늘어진 전개 여파인지 다양한 인물들이 펼치는 현란한 액션은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야 하는데, 오글거리는 대사만큼이나 어딘가 어설프고 임팩트가 떨어진다. 소녀의 넘사벽 괴력도 쾌감을 주진 못한다. MCU를 비롯해 액션 신에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관객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총체적인 난국인 '마녀2'를 보고 있자면, 약 한 달 먼저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2'가 자꾸만 비교대상으로 떠오른다. 둘 다 시리즈물로 제작해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하지만 짜임새나 캐릭터의 매력, 오락성 등은 '범죄도시2'가 여러모로 압도한다. 반면 '마녀2'는 영화 속 세계관을 분량 압축에 실패해 계속 입으로만 설명하다가 다음 편으로 이어진다는 식으로 급 마무리한다. 언제까지 자기소개만 할 것인가. 본게임을 보여줄 때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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