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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Sep 11. 2022

위기의 넷플릭스를 구할 구원투수

드라마 '수리남' 리뷰

'소년심판' 이후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의 작품 완성도는 썩 좋지 못했다. 이를 반영하듯, 화제성이나 인기 또한 떨어져 이른바 '위기의 넷플릭스'라는 수식어까지 등장하면서 위기론에 휩싸였다. 그러던 중 넷플릭스를 구할 구원투수가 등판했다. 바로 '수리남'이다.


충무로 대표 감독인 윤종빈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 그리고 윤종빈 감독의 페르소나 하정우의 재회.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그리고 특별출연하는 장첸까지 거를 타선이 없는 라인업이다. 물론 하정우가 최근 '프로포폴 불법투약' 건으로 벌금형을 받은 뒤 나온 작품이라는 점이 리스크이긴 하나, '수리남'은 이걸 극복하는 힘을 지녔다. 


수리남의 한국인 마약왕이었던 조봉행의 실화를 모티브로 각색한 '수리남'은 하정우의 내레이션으로 문을 열면서 주인공 강인구의 어린 시절부터 절친 박응수(현봉식)와 함께 수리남으로 건너가 홍어 사업을 하기까지 서사와 기-승 부분을 1회 중 37분 만에 빠르게 훑는다. 이와 함께 윤종빈 감독 특유의 대사와 시퀀스, 리얼한 시대 배경을 녹이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다 강인구는 수리남에서 차이나타운을 근거로 활동하는 중국 조직 첸진(장첸) 일당 때문에 곤란함을 겪은 뒤, 한인교회 목사 전요환(황정민)을 만나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범죄 한가운데로 휘말린다. 교도소로 갇힌 뒤, 국정원 요원 최창호(박해수)로부터 국경을 넘나드는 마약왕 검거 작전을 제안받았고, 위험천만한 전요환의 마약 왕국에 언더커버로 투입된다. 이까지 과정을 빠르게 전개시켜 시청자들을 탈출 못하게 묶어놓는다.



'수리남'의 메인 포인트는 역시 두 주연배우 하정우와 황정민이 뿜어내는 아우라, 이를 바탕으로 부딪치는 긴장감과 속고 속이는 심리전이다. 윤종빈 감독의 페르소나답게 하정우는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위트, 화려한 언변 등 자신의 무기를 100% 활용하며 극 전체 흐름을 자유자재로 주도한다. '공작'에 이어 윤종빈 감독과 재회한 황정민은 카리스마와 농익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전작 '아수라'의 빌런을 떠올리게 만든다.


두 배우 이외에도 '수리남'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배우들이 넘쳐난다. 전요환을 잡기 위해 '상남이 형'으로 자신을 꾸며내는 최창호 역의 박해수, 끊임없이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쫄깃함을 선사하는 조우진과 유연석,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장첸까지 이들이 날뛴 덕분에 예측할 수 없는 심리전과 관계성에서 재미가 불어난다. 그중 독기를 품은 들개 같은 조우진의 모습은 6부작 내내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새로운 소재는 아니지만, 촘촘한 스토리와 섬세한 연출, 박진감 넘치는 전개까지 6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용서 받지 못한 자'부터 '공작'까지 그동안 윤종빈 감독이 보여준 사회 약자에 대한 묘사, 누아르 스타일 매력, 첩보극 구도 등이 하나로 집약되어 있다. 여기에 '국뽕 PPL' 아닐까 의심되는 한국적인 요소들이 결합돼 뜻밖의 웃음을 선사한다. 


최초 영화로 계획했다가 드라마로 형태가 바뀌면서 드러나는 단점도 있다. 중반부에 느슨해지는 지점이 느껴지고, 강인구의 비범한 활약상이 과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청불 등급을 받은 만큼, 자극적인 장면도 많다. 그런데도 '수리남'에 첫발을 들이기 시작하면 중간에 끊지 못한다. 이 작품의 장점들이 단점을 충분히 메우고 남을 정도로 강력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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