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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Sep 19. 2022

K-뮤지컬 영화는 시행착오 겪는 중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리뷰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음악 영화'들이 자주 흥행하긴 했으나, '뮤지컬 영화'로 성공하기엔 쉽지 않다. 국내 관객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던 최신작이 데미언 셔젤의 '라라랜드'였고, 그 이후에는 거의 씨가 말라버렸을 정도로 기근이다. 히트하기 어려운 장르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K-뮤지컬 영화'가 등장했으니, 그 이름은 '인생은 아름다워'다.


한국 영화에서도 음악 영화는 많았지만,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작정하고 뮤지컬 영화로 제작한 적은 이 영화 이전에는 없었다. 그래서 홍보 문구에 '국내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라고 홍보하고 다닌다. 원래는 지난 2020년 연말에 나왔어야 했지만, 팬데믹 여파로 약 2여 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극장서 개봉한다. 류승룡, 염정아부터 옹성우, 박세완, 심달기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버스를 잘못 타다 우연히 남편 강진봉(류승룡)과 자주 데이트했던 장소인 서울극장에 도착한 오세연(염정아)의 이야기는 이문세의 '조조할인'과 만나 하나의 뮤지컬의 장이 되어 포문을 연다. 풋풋했던 데이트 현장을 재연하는 과정은 나쁘지 않았으나, 곧바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방지턱이 되어 다가온다. 초반부터 세연은 시한부 선고를 받고, 아내 세연을 대하는 무뚝뚝한 진봉과 엄마에게 무관심한 자녀들의 태도는 잘 와닿지 않는다. 과거 다른 작품에서 볼법한 기시감 가득한 캐릭터들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첫사랑이자 방송반 동아리 선배 박정우(옹성우)를 찾아달라는 오세연의 뜬금없는 요구로 인해 강진봉-오세연 부부는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게 된다. 다행히 영화 중반부터 캐릭터들의 상황과 감정선, 스토리텔링이 진입장벽 없이 다가오면서 초반의 진입장벽을 점점 만회한다. 후반부 깜짝 반전과 오세연을 위한 잔치 시퀀스는 비록 신파 감성이 가득한 뻔한 구성이긴 하나,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감정선이 폭발한다. K-뮤지컬 영화의 극명한 장·단점이 우르르 쏟아지면서 이와 함께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확실히 '인생은 아름다워'는 서사와 선곡, 장면과 노래 시작점이 어설프게 느껴지는 등 뮤지컬 영화의 공식을 이해하지 못한 지점이 분명 있다. 그런데도 이 영화를 가벼이 볼 수 없는 건 바로 K-뮤직, 옛 감성을 자극하는 대중가요들. 이문세, 김건모, 최백호, 이승철, 이적 등 한국 대중가요에 굵직하게 획을 그었던 뮤지션들의 대표곡 라인업은 확실히 관객들의 가슴을 끊임없이 쥐락펴락하는 힘을 발휘한다. 아마 '써니' 이후 중·장년층 관객 층이 환호할 영화가 될 것 같다.


다소 몰입하기 어려운 망나니 가족사를 그럴싸하게 잘 포장해준 류승룡, 염정아 두 주연배우의 연기 내공도 만날 수 있다. 류승룡 특유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 덕분에 덜 미운 남편 강진봉이 될 수 있었고, 염정아의 열연 덕분에 짠내와 러블리, 애틋한 오세연 캐릭터가 완성될 수 있었다.


뮤지컬 영화 다운 느낌이 가장 잘 드러났던 순간을 꼽는다면, 어린 오세연과 박정우를 연기한 박세완, 옹성우가 합을 맞춘 '아이스크림 사랑' 신이다. 노래와 어울리는 표정과 안무, 음색이 맞아떨어지는 두 사람의 케미가 유치한 클리셰를 뛰어넘어 관객들의 마음을 심쿵하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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