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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Sep 29. 2022

맥락 없이 쌍으로 터뜨리는 주둥이

영화 '정직한 후보 2' 리뷰

후속편으로 돌아오면서 쉴 새 없이 터뜨리는 주둥이는 2개로 늘어났다. 그에 반해 웃음 타율은 오히려 전편만도 못하다. 너무나 맥락 없이 주둥이 2개가 떠들다가 끝나는 느낌이 강하다.


지난 2020년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할 즈음, 어려운 극장가에 웃음을 선사하며 활약했던 '정직한 후보'가 2년 만에 후속편으로 돌아왔다. 주연을 맡았던 라미란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잡고 끌고 가는 열연을 선보이며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2년 만에 2편으로 돌아온 '정직한 후보 2'는 서울에서 강원도로 무대를 옮긴 '진실의 주둥이' 주상숙(라미란)의 다이내믹한 강원도지사 부임 시절을 그린다. 1편에선 주상숙의 주둥이만 터졌다면, 이번에는 그의 오른팔 박희철(김무열)까지 '진실의 주둥이'가 되어 떠든다. 쉽게 말해, 이번 편의 필살기는 '진실의 쌍 주둥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실의 쌍 주둥이'를 내세웠음에도 1편보다도 못했다. 전편보다 더 확장한 요소들(부동산 투기, 남북교류, 환경 이슈, 전시 행정 등)을 앞세우며 정치 풍자적인 성향을 강화하려고 노력했으나, 겉핥기식으로 어설프게 접근했다는 모양새가 두드러진다. 그렇다 보니 '정직한 후보 2'가 관객들에게 전달하려는 정치 풍자도 크게 와닿지 않고, 스토리도 매끄럽지 못한 채 뚝뚝 끊긴다.



관객들을 빵빵 터뜨려야 할 '진실의 쌍 주둥이' 또한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못하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진심이 툭 튀어나온다는 설정을 반복하는 이 장치가 맥락 없이 쏟아지다 보니 웃음 타율도 썩 좋지 못하다. 영화의 템포를 무시한 채 주둥이만 터져 나오는 바람에 어디에서 웃어야 할지 당황스럽기만 하다. 주상숙, 박희철과 함께 어울린 다른 캐릭터들의 코미디들도 영 실속 없다.


극을 이끌어 가야 할 주인공 주상숙 캐릭터의 빌드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도 패착이다. 1편에서 거짓말만 일삼았던 그가 잘못을 깨닫고 스스로 바로잡는 과정, 위선적인 정치인이 아닌 인간적인 매력이 내포되어 있었으나 2편에선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많은 걸 생략해버렸기 때문인지 좀처럼 공감할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몰카로 민낯이 밝혀지고 이를 수습하는 행태는 설득력을 잃었다.


분명 같은 감독이 연출했음에도 영화가 내뿜고 있는 매력 포인트가 반감되다 보니 라미란의 코미디 연기 또한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여유롭고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쳐 주상숙을 생동감 있게 살리고 있으나, 완성도 낮은 작품의 구멍을 메우려고 고군분투하는 수준이다. 라미란과 더불어 진실의 주둥이로 맹폭격하는 김무열이 가세해도 영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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