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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Oct 10. 2022

화려하게 시작, 성급하게 마무리

드라마 '작은 아씨들' 리뷰

화려한 작가와 감독, 그리고 배우 라인업 덕분에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작은 아씨들'. 높은 기대치만큼, 끝날 때 전해져 오는 아쉬움도 뒤따라 온다. 


미국 소설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동명 소설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처럼, 일부 캐릭터 구성이나 관계성은 원작 소설과 유사한 면이 있다. 그러나 틀만 빌려왔을 뿐, 스토리라인이나 장르는 정서경 작가의 손을 거쳐 스릴러물로 재창조되어 등장한다. 드라마는 직장동료 진화영(추자현)이 오인주(김고은) 명의를 빌려 남기고 간 700억 원을 두고 오씨 세 자매와 원령가가 얽히게 되는 이야기다.


'작은 아씨들'은 초반부터 원령가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일조했던 진화영과 신현민(오정세)의 사망을 보여주면서 긴박감을 극대화시키며 빠르게 내달렸다. 그러면서 700억 원 속에 감춰진 진실과 오인주, 오인경(남지현), 오인혜(박지후) 세 자매와 주변 인물들 사이에 얽힌 관계들이 끊임없이 드러난다. 이와 함께 복선과 메타포, 맥거핀까지 초반부터 알게 모르게 심어뒀다.


그러면서 700억 때문에 감춰졌던 세 자매의 내적 욕망이 스멀스멀 분출된다. 먼저 가난에 시달렸던 오인주는 막대한 돈으로 오랫동안 꿈꿔왔던 자신의 판타지 실현과 믿기지 않는 동료의 죽음에 대한 또 다른 판타지를 펼쳐간다. 둘째 오인경은 700억과 서울시장 후보 박재상(엄기준), 그리고 원령가 간 보이지 않는 관계를 파헤쳐 고발하겠다는 진실의 욕망을 부르짖었고, 막내 오인혜는 지긋지긋한 가난의 족쇄에서 탈출하려는 욕망을 끊임없이 분출했다. 동상이몽이었던 세 자매는 후반부에 원령가라는 막강한 세력과 부딪치면서 하나로 결속되어 간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세 자매의 캐릭터 깊이에 대한 빌드업 과정에서 몇 차례 '삑사리'가 나면서 시청자들에게 호불호를 불러일으켰다. 너무나도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첫째와 앞뒤 분간 없이 진실에만 집착하는 둘째, 그리고 철없어 보이는 막내의 질풍노도로 비친 게 컸던 탓. 여기에 몰입 방지턱으로 작용된 설정 오류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물론 정서경 작가는 반환점을 돈 시점부터 원상아(엄지원)의 쇼킹한 '닫힌 방' 연극 실체와 미스터리한 사건의 키가 되는 푸른 난초, 그리고 정란회 정체를 끄집어내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초반에 뿌렸던 각종 떡밥을 회수하면서 예상치도 못한 반전들을 다이너마이트처럼 터뜨리며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했다. 하지만 12부작에 걸맞지 못한 템포 조절이었는지 엔딩에 다다라서는 성급하게 문을 닫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단점도 여럿 있었지만, '작은 아씨들'은 장점이 훨씬 더 많은 작품이다. 미장센 장인으로 손꼽히는 김희원 감독의 연출력과 영상미는 감탄을 불러일으킬 만큼 아름다웠다. 그래서 보는 내내 좋은 그림들을 감상했다는 만족감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선과 악을 대변하는 김고은, 엄지원의 연기력도 '작은 아씨들'의 강점 포인트다. 미워할 수 없는 오인주의 매력과 소름 끼치는 원상아의 양면성은 두 배우 덕분에 완성된 것. 여기에 끊임없이 혼란을 야기했던 최도일의 위하준 또한 강한 인상을 남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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