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Hyun Oct 11. 2022

완벽한 삶에 발생한 흠집이 주는 영향

드라마 '글리치' 리뷰

인간은 지구 밖 어딘가에 우리와 같은 또 다른 생명체 외계인이 있을 것이라며 공상을 한다.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 UFO의 존재를 맹신하거나 이를 봤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등장하고, 이를 두고 갑론을박을 펼쳐지기도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글리치'도 외계인의 존재 여부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홍지효(전여빈)는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여성이다. 평범한 가정과 직장, 4년간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 이시국(이동휘)까지 깔끔하게 정리 정돈된 그의 일상에 이상한 흠집이 발생한다.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외계인이 지효에게만 보이는 것. 하필 그 외계인은 해체된 야구팀 현대 유니콘스 헬멧을 쓰고 있으니 머릿속은 혼란스러울 따름.


그 흠집의 여파는 잘 짜인 지효의 인생궤도를 뒤흔들기 시작한다. 이와중에 헤어진 전 남친 시국이는 갑자기 행방불명되고, 중학교 때 사귀었던 친구 허보라(나나)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재회하게 되고 외계인이 과연 있을까 추적하게 된다. 


외계인의 존재 여부로 스토리의 포문을 열어 이에 감춰진 그림자를 들춰내는 것 같지만, '글리치'의 주요 이야기는 따로 있다. 외계인이라는 매개체로 친구가 되었다가 멀어졌던 홍지효와 허보라, 두 여성의 중학교 시절 맺었던 관계로 돌아가 다시 이야기를 풀어낸다. 당시 기억을 잊은 채 살아가는 자(홍지효), 그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온 자(허보라) 간 간극을 서서히 좁혀 나가는 과정을 보는 맛이 있다. 



그러나 '글리치'의 서사나 깊이감이 10부작을 꽉 채울 만큼 농도가 깊고 진한 편은 아니다. 다소 엉뚱하면서 기발함과 유쾌함을 지녔던 '글리치'의 그림은 자기 페이스를 유지 못한 채 중반부부터 쳐지기 시작한다. 외계인을 추적하면서 접하는 미스터리한 사실들이 허술한 빌드업의 단점을 메꾸려고 하나, 두 캐릭터 간 감정선과 케미 관계의 설명 부족까지 채우기엔 역부족.


초반에 통통 튀던 코미디스러운 설정과 상황, 홍지효-허보라 주변 캐릭터들의 활용법 또한 뒤로 갈수록 소모품처럼 활용됐다. 드라마 편 수를 조금 더 압축시켜서 빠르게 전개했더라면 '글리치'의 신비한 매력이 배가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한새 작가와 노덕 감독의 계산 미스가 아쉬움을 남긴다.


그런데도 '글리치'의 두 주인공 전여빈과 나나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다. 나나는 더 이상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타이틀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살아있는 연기로 꽉꽉 채우며 개성과 단단함으로 활약한다. 전여빈은 후반으로 달려가면서 특유의 사랑스러움과 복합적인 감정선을 끄집어내며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


매거진의 이전글 화려하게 시작, 성급하게 마무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