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Hyun Oct 14. 2022

생각 이상으로 신선한 굿(good)판!

영화 '대무가' 리뷰

무당과 굿이 주요 소재라고 하길래, 러닝타임 내내 전반적인 분위기가 무겁게 깔릴 줄 알았다. 하지만 이건 철저한 오산이었다. 생각 이상으로 신선했고, 웃음 터지는 부분이 많다. 묘하게 빨려 들어가는 별종, 바로 '대무가'다.


'대무가'는 단편 영화로 선공개됐던 챕터 1 '무당학원 10주차'를 첫 타자로 꺼내보이면서 호기심을 유발한다. 당연히 자연산(?)일 것이라 생각했던 신내림이 노력형으로, 그것도 10주 만에 속성 완성이 된다니. 낙방왕 20대 무당지망생 신남(류경수) 대 무당학원 에이스 청담도령(양현민)의 1대 1 랩 배틀을 연상케 하는 굿 배틀은 의외의 재미 포인트다. 


이와 함께 '신빨'을 받지 못하는 무당 3인방 설정도 제법 흥미롭게 다가온다. 취업 실패해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하는 서툰 무당(신남)과 기에 눌려서 신이 도망가버린 무당(청담도령), 그리고 현재 신빨이 다 한 전설의 무당(마상준, 박성웅)의 캐릭터성과 '나의 고백'으로 털어내는 공감 유발 전사, 이들이 엮이는 과정 등이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빌드업한다.


각자 정신없이 달려 나가는 세 명의 무당이 한 자리에 모이는 후반부 굿판 장면 또한 '대무가'에서 놓쳐선 안 될 포인트다. 익숙한 권선징악형 내러티브를 띠고 있긴 하나,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굿판은 마치 각 세대를 대표하는 래퍼들들의 합동 공연을 보는 것처럼 힙하게 다가온다. 이래서 힙합과 굿판이 한 끗 차이라는 걸 새삼 일깨워준다. 



영화 이끌어가는 주연 배우들은 접신 경지에 접어들었다 생각들 정도로 신명 나게 자신들의 역량을 펼쳐낸다.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청담도령을 연기한 양현민.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서 악역 혹은 밉상 조연으로 자주 얼굴을 비춘 그가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새침함과 코믹을 드러내며 첫 주연작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청담도령과 더불어 '대무가'의 핵심 축인 류경수와 박성웅도 보는 내내 인상 깊다. 무속인에게 어울리지 않을 법한 후드 티를 맛깔나게 소화하는 힙과 현실 짠내를 동시에 보여주고, 박성웅은 능구렁이보다 더한 능글맞음과 너스레로 시선을 강탈한다. 


또 무당들에 대적하는 재개발 7구역을 접수 중인 빌런 손익수로 분한 정경호의 차가움과 잔인함도 잊질 못한다. 특별하게 힘을 준 것이 아님에도 나올 때마다 섬뜩한 아우라를 풍기며 관객들을 쉴 새 없이 옥죈다. 츤데레 흉부외과 과장 김준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달까.


★★★


매거진의 이전글 완벽한 삶에 발생한 흠집이 주는 영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