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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Oct 20. 2022

어마무시한 힘을 주체하지 못하네

영화 '블랙 아담' 리뷰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기점 삼아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는가 싶었는데, 아직 DC 확장 유니버스가 가야 할 길은 멀어 보인다. 이번에 개봉한 '블랙 아담'에서 여실히 느꼈다.


'블랙 아담'은 지난 2019년 개봉한 '샤잠'의 스핀오프작이자, DC 확장 유니버스에서 처음으로 빌런 캐릭터가 단독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샤잠(재커리 리바이)처럼 "샤잠!"을 외치면서 능력을 얻고 잃는 비슷한 속성을 지녔으나, 블랙 아담(드웨인 존슨)은 자신의 분노에 모든 걸 맡긴 탓에 세상을 파괴한다. 


영화는 블랙 아담이 탄생하게 된 기원전 3000년 경쯤 막강했던 고대국가 칸다크의 전설부터 훑고 시작한다. 현재 국제 군사 조직 인터갱이 통치하는 독재국가가 되기까지 지배만 당하면서 마음 한편 저항과 자유를 꿈꾸던 칸다크인들에게 블랙 아담이 5000년 만에 부활한다. 여기에 블랙 아담을 악으로 규정 지은 저스티스 소사이어티까지 들이닥치면서 판은 커져 간다.


이 영화의 장점이라면 히어로 영화들의 아이덴티티인 볼거리로 가득 채운 화려한 액션신들이다. 불사의 능력을 지닌 반신반인 히어로의 폭발력 넘치는 에너지와 힘을 자랑하듯, 끊임없이 싸움을 붙이며 액션에 엄청나게 공을 들인다. 번개를 쏘고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모습 등을 코믹스적으로 표현해낸다. 여기에 블랙 아담 캐릭터에 착붙한 듯한 드웨인 존슨 특유의 표정과 아우라가 재미를 더한다.



안티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블랙 아담'은 선과 악 이분법적 사고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암울한 칸다크서 자신만의 기준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블랙 아담과 빌런인 인터갱을 죽이는 모습조차 악이라고 부르짖는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군단 사이 간극을 그려내고 있으나, 도통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군단의 행보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동안 그들이 무얼 했고, 자유와 영웅이 무슨 관계인지 2시간가량 되는 러닝타임에 다 담아내기엔 너무나도 부족하다. 마치 힘을 주체하지 못해 폭주하는 히어로를 보는 느낌이랄까. 결국 메시지를 전개하는 과정이 뻑뻑하게 다가온다.


그렇다 보니 호크맨(알디스 호지), 닥터 페이트(피어스 브로스넌), 사이클론(퀸테사 스윈델), 아톰 스매셔(노아 센티니오)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군단으로 합류한 새로운 DC 히어로 캐릭터들 매력 또한 크게 와닿지 않는다. 블랙 아담처럼 그들 고유의 초능력과 액션을 만화처럼 구현하려는 흔적은 느껴지나,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한다.


여기에 웃음이 나오지 않는 애매한 유머 코드와 중동의 한 국가를 은유한 칸다크를 지나치게 미국적으로 판단하는 관점, 어설픈 칸다크 과거 전사, 민간인 아드리아나(사라 샤이) 모자에 지나치게 의존한 빈약한 서사도 눈에 밟힌다. 뭔가 아쉬운 맛을 남길 때쯤,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쿠키영상 때문에 속는 셈 치고 다시 한번 기대케 한다.


결국 '블랙 아담'은 DC 확장 유니버스에 새로운 캐릭터 블랙아담을 합류시키며 그가 어떤 캐릭터인지 보여주는 영화로 보는 데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쿠키영상대로 화끈한 후속편으로 돌아와 만회하길 기다려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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