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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Dec 03. 2022

형,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영화 '압꾸정' 리뷰

"형이 뭔 말 하는지 알지?"


자칭 압구정 토박이 강대국(마동석)은 No.1 실력을 자랑하는 성형외과 의사 박지우(정경호)를 포함해 만나는 사람마다 꼭 하는 말이다. 하지만 무슨 뜻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관객이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영화 '압꾸정'을 보고 나온 이들도 비슷한 심경일 것이다.


'압꾸정'은 K-뷰티의 메카로 떠오른 압구정을 배경으로 강대국과 박지우가 손잡고 K-뷰티 시조새로 발돋움함과 동시에 그들의 흥망성쇠를 그리고 있다. 오랜만에 사이다처럼 톡톡 쏘는 원펀치 액션이 빠진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표 코미디이자, 마동석의 새 파트너로 정경호, 오나라, 최병모, 오연서 등이 가세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예고편부터 남다른 비주얼과 포스로 시선 강탈한 강대국은 영화 내내 보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친한 척 말을 걸면서 훈수를 두고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해" 등 공수표를 남발한다. 이러한 미스터리함을 앞세워 박지우부터 오미정(오나라), 조태천(최병모), 그리고 중국의 거물 왕회장(나광훈)까지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내는 기묘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 마성의 캐릭터 강대국을 마동석이 맛깔나게 살려낸다. 특유의 너스레와 능청스러움, 주특기인 말맛 개그를 어김없이 발휘하면서 막강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마동석을 기점 삼아 정경호, 오나라, 최병모까지 다른 배우들과도 말맛 티키타카가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재미를 살린다. 



그러나 문제는 '압꾸정'이 관객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재미를 추구하는 상업 오락영화에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작품성을 따질 필요는 없으나, 적어도 관객들에게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은지 대략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압꾸정'은 농담과 소소한 웃음만 보여줄 뿐, 알맹이가 없다. 


이는 그동안 MCU의 주요 뼈대이자 동시에 클리셰였던 마동석의 정의로운 응징이 사라진 탓이 크다. 마동석이 나서서 해결하는 권선징악형 기승전결 대신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불법이든 편법이든 가리지 않는 강대국 스타일의 해결법으로 채운다. 이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이긴 하나, 어떤 방향으로 전개하려는지 파악할 수 없다.


이 때문인지 서로를 속고 속이는 긴장감이 두드러져야 할 스토리라인은 당연히 부실해지고, 개연성 또한 떨어진다. 결과론적으로 배우들의 코믹 연기에 혼신을 불어넣어도 화끈한 한 방과 여운을 주기보단 의미 없는 잽만 날린 꼴이 되어버린 셈이다.


아, '압꾸정'이 주는 교훈이 하나 정도는 있는 것 같다. 영화를 고를 때, 배우 라인업에 너무 맹신하지 말 것. "형이 뭔 말 하는지 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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