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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Dec 08. 2022

속도가 너무 더뎌서 큰일이야

드라마 '커넥트' 리뷰

"높은 금속, 낮은 풀잎"


'커넥트'의 주인공 하동수(정해인)가 드라마 내내 흥얼거리는 멜로디 구절이다. 그가 불렀던 미완성된 멜로디가 Z(양동근)를 만나 아름다운 노래로 편곡됐지만, 드라마는 실력 있는 편곡자를 만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보려고 결심한 사람들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다.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한 '커넥트'는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류 '커넥트' 하동수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는 장기밀매 조직에게 납치당해 한쪽 눈을 빼앗긴 뒤, 자신의 눈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마 오진섭(고경표)에게 이식됐다는 것을 알고 그를 쫓아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일본의 거장 미이케 다카시 감독과 충무로에서 주목받는 배우 정해인, 고경표, 김혜준이 합류했기에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라인업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흐름은 공개 전 기대치에 영 미치지 못한다. 졸음을 유발할 만큼, 전개 속도가 너무 더디기 때문이다. 속력을 내야 하는 구간에 진입했음에도 '커넥트'는 고구마를 꾸역꾸역 먹었는지 답답함만 가중한다. 


게다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려야 할 스토리라인에서 허술한 지점들이 구석구석 보인다. 하동수가 오진섭의 정체를 알게 되는 과정이나 하동수, 최이랑(김혜준)이 신인류 커넥트에 대해 파헤치는 방식이 너무나 얼렁뚱땅 넘어가는 식이다. 이들을 쫓는 최 형사(김뢰하) 식구들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의문스럽기까지 한다.  



'커넥트'에 몰입하는 데 또 다른 진입장벽은 바로 이질감 느껴지는 대사들이다. 대화보단 독백이 더 많고, 상황이나 정보를 대사로만 전달한다. 이식된 눈으로 연결된 하동수와 오진섭이나 이들의 대화체도 번역한 듯한 느낌이 많이 난다. 그래서 캐릭터의 매력을 어필하는 것도 부족해 보인다.


드라마 전반적으로 차갑고 건조한 색채들을 사용해 주류 사회에 겉돌고 있는 비주류 하동수의 고독을 표현하고 있긴 하나, 그 수준에서 끝날뿐 입체적이진 않다. 청불 등급이 걸릴 만큼 자극적이고 고어한 장면들이 상당히 많이 나오나 긴장감은커녕 징그럽게 다가온다. 물론 이러한 기분도 금방 적응돼 후반부에는 무감각해진다.


한 가지 긍적인 것은 정해인, 고경표 두 배우의 존재감이다. 'D.P.'에 이어 '커넥트'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커넥트와 연쇄살인마 캐릭터를 만나 자신들만의 색깔로 공포와 고독을 표현해 상반된 분위기를 그려내 볼거리를 제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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