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Hyun Dec 13. 2022

처음부터 잘했으면 얼마나 좋니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2 리뷰

지난 6월 파트 1을 공개했을 당시, 불호의 반응이 훨씬 더 많았다. 스페인 버전인 원작 '종이의 집' 시리즈가 수 년간 쌓아놓은 팬덤이나 작품성, 서사 등과 비교했을 때 차별화되는 지점이 많이 없었고 어색한 구석만 도드라졌기 때문이다. 한국 버전으로 대확행하는 데에는 실패에 가까웠다.


반년이 지나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파트 2를 선보이며 지난번에 맛보았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파트 1에서 6편 내내 사건의 전개를 K-화 시키는 데 급급해 남북 소재 클리셰로 칠하느라 정신없었다면, 파트 2에선 강도단에 합류한 8명과 이들을 잡으려고 혈안이 된 북한 특수요원 출신 차무혁(김성오) 등의 전사 등을 고르게 드러낸다. 시리즈 전체 피드백을 하면서 스페인식 낭만을 부르짖던 원작과는 분명 달리 한국식의 '정'과 '동지애'를 부각시킨다.


원작의 큰 줄기와 취하는 결말은 그대로 유지하되, '공동경제구역' 파트 2에선 다른 방향으로 틀어버리면서 또 다른 차별점을 준다. 예를 들면, 파트 1에서 크게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거나 지나가는 식으로 나왔던 몇몇 캐릭터들이 강도단의 계획에 큰 변수로 작용해 지루했던 조폐국 분위기를 뒤바꿔놓는다. 나중에 '미리 계획한 큰 그림'이 예상했다는 식으로 이어지긴 하나,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강도단을 위협해 보는 이들에게 쫄깃한 긴장감을 불어넣기엔 괜찮은 장치였다.


원작에서 볼 수 없었던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오리지널 캐릭터 서울(임지연)의 존재감도 눈여겨볼 만하다. 많지 않은 분량이나 강력한 아우라와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종이의 집' 한국판 만의 특징을 한 층 더 두드러지게 만든다. 



비교적 전반부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수습하면서 마무리하긴 했다만, 처음부터 잘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씁쓸한 맛은 깊게 남는다. 눈에 거슬리는 설정들과 클리셰들로 뒤범벅된 파트 1, 특히 이전 장면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수준으로 흐름을 끊어버린 6회 마지막 신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긴다. 


파트 2에 접어들면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계속 문제가 되었던 이질감 느끼는 CG나 매끄럽지 못한 연출은 군데군데 드러나고, 이 영향 탓인지 배우들의 연기력도 부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여기에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이 전작 '루카: 더 비기닝'에서 드러냈던 문제점(의욕만 앞섰던 완급조절 실패)이 '종이의 집'에서도 이어진다.


파트 1, 2를 되돌아봤을 때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멱살잡이 하면서 힘겹게 끌고 온 이는 '넷플릭스 공무원' 박해수다. 그가 연기한 베를린 캐릭터가 원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듯, 한국판에서도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박해수 특유의 눈빛과 묵직한 보이스, 입체적인 표정 연기는 대거 중도 이탈하는 시청자들을 어느 정도나마 붙잡아두는 데 큰 공을 세웠다.


★★☆


매거진의 이전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