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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Dec 16. 2022

느껴라, 어마 무시한 돈의 맛!

영화 '아바타: 물의 길' 리뷰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아바타: 물의 길'에게서 어마 무시한 돈의 맛이 느껴진다. 20억 달러(약 2조 6432억 원)라는 역대급 제작비를 투입한 효과가 192분 러닝타임 내내 뼛속 깊이 전달됐을 만큼, 경이로운 CG의 향연이었기 때문이다.


13년 만에 돌아온 판도라 행성에는 적잖은 변화가 일어났다. 1편에서 연인이었던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와 네이티리(조 샐다나)는 가족을 이뤘고, 아이들의 성장을 보며 행복을 느낀다. 그러나 지구로 돌아간 줄 알았던 지구인들은 판도라 행성을 재침략했고, 제이크 설리는 가족의 안전과 숲을 터전으로 삼은 오마티카야 부족의 평화를 모두 지키기 위해 바다로 터전을 옮긴다. 


1편에서 놀라운 CG 기술이 선보여 실제 숲을 완벽하게 구현해 경이로움을 안겨줬다면, 이번 편에는 이보다 더 어려운 난이도를 자랑하는 바다를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아무리 정교하고 디테일한 기술력이어도 물을 표현하는 건 매우 어렵다. 그러나 '아바타: 물의 길'은 부서지는 파도, 물보라, 바다 밑으로 투영된 햇빛이나 물에 반사되는 빛까지 실제처럼 아니 실제보다 더 실제처럼 구현해낸다.


그중 압권은 제이크 설리의 둘째 아들 로아크(브리튼 달튼)와 고래를 떠올리게 만드는 바다생물 툴쿤이 교감하는 장면이다. 영화 '프리윌리'를 자연스레 생각나게 할 만큼, 나비족과 바다생물의 교감이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와 현실에서 살아 숨 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정도로 천문학적 액수를 투입한 돈의 위력을 새삼 깨닫게 된다.



물량공세를 퍼부어서 탄생한 아름다운 그림체 속에 깃든 '아바타'의 새로운 스토리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작에서는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 구도에 녹여냈다면, 2편에서는 기존 구도에서 새로운 가지들이 자라나는 형식을 택한다. 이방인들의 정체성 혼란과 설움, 가족 관계의 고찰, 이제는 중요시 여겨야 할 환경 보호 및 자연과의 공존 등 다양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허나 기술력에 비해 영화의 뼈대를 담당하는 내러티브가 크게 흥미를 끌지 못한다. 케케묵은 옛날이야기는 아니나,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 단조롭고 지루하다는 의미다. 후반부의 백미인 자연친화적인 나비족과 막강한 기술력을 자랑하는 인간의 종족 간 전투까지 가는 과정이 몰입도를 끌어올리지 못한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즐기는 것처럼, 유유자적하는 느낌이랄까.


물론 '아바타' 시리즈가 '물의 길' 이후에도 3편이 더 준비될 예정이기 때문에 큰 서사와 그림으로 본다면, 나쁘지 않은 구성이다. 하지만 3시간 넘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을 붙들 만큼 스토리텔링의 힘은 제법 부치는 편이다. 


빈약한 서사라는 아쉬움이 있음에도 '아바타: 물의 길'은 표값 이상의 가치를 해낼 영화임은 확신할 수 있다. 단점을 충분히 심어 삼키고도 남을 웅장하고 위대한 CG 기술력으로 구현한 아름다운 물의 나라가 눈에 아른아른거리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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