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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Dec 26. 2022

너를 믿었는데 '용두사망'이라니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리뷰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생애에서 겪었던 경험과 기억을 그대로 안은 채 회귀하여 인생 2회 차를 시작하게 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 아마 '재벌집 막내아들' 진도준(송중기)으로 환생한 윤현우(송중기)처럼 세상을 내 손에 쥐며 좌지우지하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혹하는 스토리도 매듭을 잘 짓지 못하면 안 하느니만 못한 꼴이 된다. 


신경 작가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김병관 그림-JP 글의 웹툰, 그리고 드라마로 각색된 '재벌집 막내아들'은 대한민국 최고 재벌가 순양그룹 하수인으로 일하던 윤현우가 누군가에 의해 제거되기 직전 순양가 막내손자 진도준으로 환생하는 이야기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드라마의 스피디한 전개를 위해 원작에 등장하는 진도진의 어린 시절 분량을 최대한 줄이고 청년 시절부터 힘주기 시작하면서 기업물을 장점을 살리려 했다. 그러면서 순양가 내 승계전쟁에서 진도준의 일거수일투족에 힘을 줘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회귀물의 특징을 살려 진도준으로 인생 2회 차를 맞이한 주인공이 198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대한민국 현대사에 일어났던 사건사고를 자신의 기업가치 상승에 활용하면서 승계 경쟁자들을 누르면서 쾌감을 선사했다. 이와 함께 분당 땅, 아진자동차, 서울 디지털미디어 시티, IMF, Y2K 등 요소들이 부각돼 젊은 시청층에게 재조명되는 효과도 불러왔다.


물론 드라마가 초반부터 개연성 면에서 허점은 여러 군데 있었으나, 이를 쉽게 발견할 수 없었다. '재벌집 막내아들'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호연 파티가 드라마의 단점을 확실하게 메꿨기 때문이다. 특히 순양그룹 회장 진양철 역을 맡은 이성민의 아우라가 어마무시했다. '욕심과 의심, 변심'만으로 최고 자리에 오른 냉철한 재벌 총수로서 완벽하게 그려내 벌써부터 내년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연기자상 자리를 예약해 뒀다. 여기에 진양철과 견제 혹은 진한 가족애로 엮인 진도준을 연기한 송중기, 미친 존재감을 자랑한 윤제문, 조현철, 김신록, 김남희 박지현 등 순양가 식구들의 존재감도 대단했다.



확 끌어당기는 흡입력을 지닌 순양가에 반해, 진도준과 '순양 저승사자' 서민영(신현빈) 검사와의 멜로 서사는 꾸준히 몰입도를 해치는 진입장벽(?) 역할을 맡았다. 멜로 서사의 키포인트는 남녀 캐릭터가 어떤 설렘을 가진 채 가까워지는 지를 그려야 하는데, '재벌집 막내아들'에선 감정이 제대로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엮으려고 시도했다. 포커페이스로 복수를 시행하는 진도준을 맘 졸인 채 지켜보며 혼자 발을 동동 굴리는 서민영에 감정이입 될 리가 만무했다. 이 때문에 서민영 캐릭터의 매력까지 반감됐다.


종종 튀어나오는 '러브라인 빌런' 때문에 골머리를 썩더니, 진양철 회장이 사망한 13회를 기점으로 '재벌집 막내아들'의 문제점이 튀어나왔다. 제아무리 승승장구하는 진도준이어도 아무런 세력 없이 회사 지분싸움이나 검찰 수사 등 무마하는 과정이나 진양철 회장의 분신이었던 이항재(정희태)의 변심 등은 설명이 부족해 시청자들을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결정적으로 원작이 없던 진도준과 전생 윤현우, 평행세계에 있어야 할 두 인물이 같은 세계에 존재한다는 설정이 추가되면서 드라마의 매력이 퇴색됐다. 결국 이는 진도준의 자동차 사고에 윤현우가 개입한 사실로 이어졌고, 이후 윤현우가 다시 깨어나 자신을 버린 순양가에 복수하는 방향으로 틀어버렸다.


드라마가 원작 내용을 그대로 따를 필요 없이 각색하여 또 다른 재미를 주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드라마판 '재벌집 막내아들'은 원작 뼈대를 그대로 가져가 '모노폴리'하면서 기업을 육성하고 성장하는 재미를 주다가, 갑자기 빈부의 차, 운명론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해 버렸다. 결국 시청자들이 입덕했던 중요요소를 스스로 발로 차 버렸고 '용두사망'을 자초한 셈이 됐다.


시청률 두 자릿수가 나오기 힘들어진 TV 드라마(주말드라마 제외)에서 최고 시청률 26.9%(닐슨코리아 전국)를 기록했다는 건 그만큼 대중을 끌어당기는 힘과 장점이 많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재벌집 막내아들'은 앞서 언급했던 드라마의 장점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채, 본전도 찾지 못한 각색을 하는 바람에 허탈한 '용두사망' 엔딩만 남기고 퇴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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