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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Dec 31. 2022

일단 저장하기! 2022 올해 드라마 10

주관적인 2022년 방영 드라마 추천 베스트 10

2022년 한 해가 다 저물었다. 이번 해에도 어김없이 TV, OTT 등을 통해 새로운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을 찾아왔다. 아직 정주행하지 못했지만, 일단 저장해두고 나중에 보면 좋을 베스트 10이다.


※ 2022년 1월 1일 방영~12월 23일 종영 기준. 직접 시청한 작품들 중에서 선정했기 때문에 '이 작품이 왜 없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10위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시즌 4


넷플릭스 최고 팬덤을 자랑하는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는 시즌 4를 내놓으면서 이번에도 자신들의 명성값을 톡톡히 해냈다. 사랑스러운 호킨스 아이들은 사랑과 우정의 연대로 다시 한번 어려운 순간을 이겨냈다.


시즌 3까지는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호킨스 아이들의 사춘기와 성장담에 초점을 맞췄다면, 시즌 4에선 모든 사건의 시발점인 호킨스 연구소와 일레븐(밀리 바비 브라운)의 과거를 전개하는 데 주력했다. 이전 시즌에서 그렸던 아이들의 성장 스토리도 그대로 유지한 채, 오랫동안 서브로 밀려난 듯한 메인 스토리 또한 뻔하지 않고 디테일하게 표현해내 전 세계 시청자들의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4는 이전 시즌들과 달리 파트1과 파트2로 나눠서 순차 공개했고, 러닝타임이 매우 긴 편이다. 쓸데없이 러닝타임을 늘린 게 아니냐는 우려와 추측들을 철저히 깨부수는 서사와 연출력을 선물한다. 특히 144분에 달하는 9회는 웬만한 영화 한 편보다 훌륭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


9위 티빙 '욘더'


이준익 감독의 첫 드라마 도전이었던 '욘더'는 그동안 연출해왔던 필모그래피 못지않은 진하고 깊은 맛을 전한다. 마냥 행복할 것 같은 '영원'이라는 단어가 과연 인간에게 좋은 것인지를 말이다. 


기술력이 진일보하고 논쟁이 되어왔던 안락사가 법으로 인정된 근미래에서도 인간의 근본적인 고찰 '삶과 죽음'은 변함없는 화두이고 죽음 너머 영원의 세계를 꿈꾸는 '욘더'를 거치면서 생각할 거리는 더욱 확장된다. 아바타인걸 알면서도 죽은 이후(한지민)를 잊지 못해 만나러 가는 재현(신하균)의 행동에 감정이입되면서도 저게 옳지 않다고 누군가는 이야기할 것이다.


21년 만에 '욘더'로 재회한 신하균과 한지민의 애틋한 멜로 케미도 이 드라마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볼거리다. 이들의 감정선을 따라간다면, '욘더'에 더욱 쉽게 빠져들 것이다.


★★★☆


8위 넷플릭스 '수리남'


이준익 감독과 더불어 또 다른 충무로 대표 감독인 윤종빈 또한 넷플릭스를 만나 생애 첫 드라마 '수리남'으로 도전한다. 홍어부터 "밥 잡쉈어" 대사까지 대유행할 정도로 윤종빈 감독의 이번 신작도 핫했다.


수리남의 한국인 마약왕의 실화를 드라마로 각색한 만큼, 쫄깃한 긴장감과 각 캐릭터들 간 속고 속이는 쫀쫀한 심리전이 포인트다. 하정우는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언변으로 극 전반을 지휘하고 황정민은 소름 끼치는 악인 카리스마로 흡입력을 끌어올린다. 특히 조우진이 야생 들개 같은 아우라로 시선강탈하며 다시 한번 대표캐릭터를 갱신한다.


이와 함께 '용서 받지 못한 자'부터 '공작'까지 그동안 윤종빈 감독이 보여준 사회 약자에 대한 묘사, 누아르 스타일 매력, 첩보극 구도 등이 하나로 집약되어 있다. 그러면서 군데군데 터져 나오는 적절한 유머 코드도 킬포인트가 되겠다. 


★★★☆


7위 넷플릭스 '웬즈데이'


전 세계 넷플릭스 유저들을 사로잡고 있는 '웬즈데이'의 포스터 및 일부 스틸 사진만 보고 '이 작품은 어둡고 무거울 것이다'라고 생각할 텐데, 이는 100% 오해한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검은색으로 칠한 명랑극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미국 만화가 찰스 아담스가 그린 '아담스 패밀리'의 장녀 웬즈데이 아담스(제니 오르테가)의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입학해 겪는 이야기를 그린 '웬즈데이'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호그와트 못지않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비록 사회의 아웃사이더에 가깝긴 하나, 교류를 통해 우정과 연대를 두텁게 형성한다는 점에서 통통 튀는 틴에이저 드라마 느낌이 물씬 풍긴다.


여기에 팀 버튼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이 '웬즈데이' 곳곳에 묻어나 팀버튼 식 판타지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 이어 드라마 배경 스토리, 핵심 사건부터 세계관을 확장시킬 수 있는 떡밥들, 그리고 메시지까지 엉킴 없이 수려하게 정리해 냈다.


★★★★


6위 넷플릭스 '소년심판'


비록 어린 나이인 촉법소년 대상자여도, 잘못을 저질렀다면 확실한 징벌을 내려야 하는 철저한 엄벌주의를 주장하는 듯한 티저와 포스터로 화제를 모았던 '소년심판'. 때마침 소년범들이 기승하는 현 사회와 절묘하게 떨어져 관심을 받았다.


엄벌주의론자 심은석(김혜수)과 교화론을 주장하는 차태주(김무열) 두 사람의 확실한 신념이 끊임없이 부딪쳐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나, 두 사람이 내세우는 주장의 뿌리는 하나다.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는 사회와 어른들의 책임이라는 것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감정호소로 일관하지 않으며 확실한 처벌, 처분을 둘러싼 고민 등을 상세하게 파고든다.  


또 '소년심판'은 10부작 처음부터 끝까지 출연 배우들 한 명 한 명의 연기력이 탁월했다. 압도적인 포스를 자랑한 김혜수부터 김무열, 이성민 등의 판사 역 배우들, 소년범과 피해자 역할을 맡은 젊은 신인배우들까지 훌륭한 하모니를 쌓아 완성한다.


★★★★


5위 JTBC '나의 해방일지'


'나의 해방일지'는 염씨 삼남매가 경기도 산포에서 여러 교통수단을 활용해 서울까지 출퇴근하는 기나긴 통근길처럼 갑갑하게 다가온다. 저들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상황, 처지, 감정을 느껴봤다면, '나의 해방일지'는 우리의 가슴 깊숙한 무언가를 끊임없이 건드릴 것이다. 


16회까지 느린 호흡으로 흘러가는 동안, '나의 해방일지'는 하이퍼 리얼리즘이 아닐까 생각들만큼 현실적이다. 최소 하나 이상 얽매여 있는 쳇바퀴 같은 삶, 거기서 느끼는 환멸과 동경, 욕망을 마음에 품기만 하고 잠식되어 가는 우리의 얼굴을 대변한다. 그러면서 이 답답한 루틴을 깨고 나 자신을 천천히 해방시킨다. 해방의 결말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비현실적인 판타지가 아닌 리얼한 삶처럼 표현해 여운을 남기고 동시에 치유도 가져다준다.


무욕과 무기력함이 가득한 염미정 역의 김지원과 '구찌보다 구씨' 신드롬을 일으킨 손석구 간의 잔잔한 파동 같은 케미는 보는 이들을 끊임없이 요동치게 만드는 힘을 전달한다. 김지원의 남매로 분했던 이민기, 이엘 또한 '나의 해방일지'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굵직하게 남긴다.


★★★★


4위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2022년에 방영된 한국 드라마 중 가장 핫한 드라마를 꼽으라고 한다면, 변방 케이블 채널 ENA 소속으로 엄청난 혁명을 일으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일 것이다. 0.948%(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해 지상파, 종편 채널을 모두 따돌리고 17.534%까지 찍는 역대급 행보와 더불어 작품성, 몰입도 면까지 엄청났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주인공 우영우(박은빈)를 포함해 노란 새끼 오리들이 구성한 사회 속에서 눈에 띄는 파란색 새끼 오리들을 응원하는 착한 이야기이자, 동시에 이들을 향한 모순 가득한 시선을 조명한다.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으니 정상적이지 못하다고 낮춰 보는 시선, 서울대 로스쿨 수석졸업 타이틀이 추가되면 달리 보는 시선이 '우영우'를 보는 내내 느껴진다. 여기에 변호사 우영우의 직장 한바다 로펌과 법정은 언제나 착한 이들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이 드라마에서 눈여겨볼 지점. 


무엇보다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1번 주연 역할을 맡은 박은빈의 존재감에 경외감을 표한다. 최근 몇 년간 굵직한 작품에서 호평을 받더니 이제는 독보적인 젊은 여성 배우 원톱으로 불릴 만큼, 아우라와 열연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래서인지, 박은빈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3위 tvN '우리들의 블루스'


애초 계획이 틀어져서 부랴부랴 준비하는 플랜 B 중에서 '우리들의 블루스'만큼 훌륭한 플랜 B는 손에 꼽을 것이다. 흔히 드라마 마니아들 사이에서 말하는 '작감배(작가+감독+배우)' 3박자가 말이 필요 없는 훌륭함이었다.


국내 드라마에서 보기 드물게 제주도 현지인들을 주요 캐릭터로 내세운 '우리들의 블루스'는 8개의 옴니버스 에피소드 속에 이병헌, 신민아, 김우빈, 한지민, 차승원, 이정은, 엄정화, 고두심, 김혜자 등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초호화 배우들이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이 됐다가 조연이 됐다가 번갈아 맡는데 이를 섬세하고 정갈하게 풀어간다. 또 매우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들, 장애와 우울증에 대한 편견 깨기, 잔잔한 제주도 등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잘 잡힌 밸런스를 자랑하며 시청자들을 사정없이 끌어모았다.


에피소드별로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들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모두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는 연기력으로 보는 이들을 웃고 울렸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조연으로만 활약해오던 박지환, 최영준이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재평가받았다는 점에서 기쁘다.


★★★★


2위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우리들의 블루스' 만큼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또한 한국 드라마계에서 보기 힘든 스타일의 드라마다. 다른 범죄 형사물과 달리, 이 드라마는 프로파일링, 프로파일러를 중심으로 실제 범죄사건들을 습하고 끈적끈적하게 접근해 재구성한다는 점이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이전 범죄 형사물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연쇄살인범들의 범죄 심리 분석에 매우 공을 들였다는 게 느껴진다. 단순히 사건발생-해결 단순구조에서 벗어나 범죄자들의 마음속으로 조금씩 조금씩 빠져 들어간다. 그렇다 보니 범죄자의 심리에 닿는 과정에서 선과 악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 타는 송하영(김남길)의 트라우마와 고통까지 덩달아 감정이입해 느낄 수 있다. 여기에 형사 출신 프로파일러와 사회자 기자의 경험이 묻어난 디테일한 설정들까지 현실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 과몰입하게 만드는 연기자들의 내공도 빼놓을 수 없다. 차분하고 절제된 김남길과 활기를 불어넣는 진선규, 범죄행동분석팀에 점점 동조하게 되는 김소진을 중심으로 에피소드별로 범죄자로 분한 배우들의 존재감도 칭찬할 만하다. 특히 실존 범죄자들의 외형과 소름 끼치게 높은 싱크로율로 맞춘 점은 충격 그 자체.


★★★★☆


1위 애플TV '파친코'


과연 나라면, 선자(김민하/윤여정)가 살았던 혼란스러운 시절에 생존하기 위해 어떻게 버텨냈을까. '파친코'를 보면서 역사의 아픔 때문에 고향을 떠나 타지로 가야만 했던 이민자들의 삶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 들이닥친 최악의 상황에서도 선자는 좌절보단 좋은 기억과 사랑을 안고 버틴다. 그리고 절망 끝에 만난 이삭(노상현)을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계속되는 시련에도 버텨낸다. 그러면서 생존력을 전수해준 엄마 양진(정안지), 선자에게 의지하면서 함께 힘이 돼주는 동서 경희(정은채), 그 외 수많은 여성들과 연대를 보여주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끌림을 선사한다.


'파친코'는 한국 근현대사를 아는 이들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비슷한 시기 혹은 비슷한 상황을 겪는 다른 국가, 인종에게도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 '파친코'의 오프닝 'Let’s Live For Today'에 맞춰 춤추는 '파친코' 인물들에게서 페이소스가 진득하게 묻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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