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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an 01. 2023

일단 저장하기! 2022 올해 영화 10

주관적인 2022년 개봉 영화 추천 베스트 10

2022년 한 해가 다 저물었다. 이번 해에도 어김없이 TV, OTT 등을 통해 새로운 영화들이 관객들을 찾아왔다. 아직 정주행하지 못했지만, 일단 저장해두고 나중에 보면 좋을 베스트 10이다.


※ 2022년 1월 1일~12월 23일 개봉 기준. 직접 시청한 작품들 중에서 선정했기 때문에 '이 작품이 왜 없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10위 '아바타: 물의 길'


12년 전 1편이 공개됐을 때도 영화계에 굵직한 한 획을 긋더니, 2편인 '아바타: 물의 길' 또한 중요한 한 걸음을 남겼다.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만든다.


1편에서 놀라운 CG 기술로 실제 숲을 완벽하게 구현해 냈다면, 이번 편에는 부서지는 파도, 물보라, 바다 밑으로 투영된 햇빛이나 물에 반사되는 빛까지 더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바다를  완벽하게 표현해 낸다. 그래서인지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 네이티리(조 샐다나) 가족의 새 터전,  멧카이나 부족이 거주하는 바닷가 하나하나가 경이롭게 다가온다.


여기에 '아바타: 물의 길'은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 구조를 그렸던 전작을 넘어 이방인들의 정체성 혼란과 설움, 가족 관계의 고찰, 이제는 중요시 여겨야 할 환경 보호 및 자연과의 공존 등 다양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앞으로 보여줄 '아바타' 세계관을 향한 기대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



9위 '레벤느망'


196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레벤느망'은 그 시대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시대의 부조리와 억압으로 고통받고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을 위한 영화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스물셋 대학생 안(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의 주차가 늘어나면서 긴장과 불안, 공포는 계속 커지고 이를 지켜보는 이들까지 덩달아 이입이 된다.


이와 함께 주변 사람들과 사회는 자유와 선택을 홀로 주장하는 안에게 '범법자', '살인자' 등 주홍글씨를 찍고 부당하게 짐을 지우면서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불리한 싸움 속에서 안은 굴하지 않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 선택지를 택하며 자신을 지켜내려 발버둥 친다.


비록 시대 배경은 과거나 영화는 현재도 갈등 중인 임신 중절을 단순히 이분법적으로만 볼 수 없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만든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안의 얼굴까지도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다. 


★★★☆


8위 '헌트'


'청담부부' 이정재와 정우성이 한 작품에 나오는 건 옳다는 공식은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정재의 영화감독 입봉작인 '헌트'로 말이다. '스타 출신 감독'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깨부수는 데 성공했다.


'헌트'는 첩보 스파이 액션 장르에 걸맞게 하나부터 열까지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톱니바퀴처럼 딱딱 들어맞아간다. 조직 내 숨어든 첩자를 색출하는 과정에서 '저 녀석이 아닐까' 의심하고 견제하는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의 감정 및 심리 변화, 리액션 등이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또 첫 장면부터 엔딩까지 철저히 계산한듯한 구성으로 채우고 있어 흥미롭다.


영화의 시대배경인 제5공화국에 대한 사전 배경지식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긴 하나, 왜 이 시기를 골랐을까 하는 호기심을 끊임없이 유발한다. 여기에 이정재,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 등 배우들의 호연파티가 호기심을 더욱 끌어올리게 만든다.


★★★☆


7위 '나이트메어 앨리'


할리우드의 대세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는 역시나 대단했다. 2018년 아카데미를 휩쓸었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이후 내놓은 후속작인 '나이트메어 앨리'로 또 한 번 마성의 매력으로 관객들을 제대로 홀렸다. 


이전에 선보였던 기괴한 모양의 괴물이나 유령, 그로테스크한 연출로 휘감은 기괴한 동화와는 거리가 멀지만 '나이트메어 앨리' 또한 적잖은 임팩트를 선사한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영화는 욕망의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간 한줄기 빛 같은 희망은 없고 괴물이 된 인간을 보여주며 절망의 끄트머리로 밀어버린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리는 브래들리 쿠퍼와 케이트 블란쳇이 그리는 관계성과 드러내는 탐욕, 배신 등 감정선을 표현하는 연기는 진한 인상을 남긴다. 여기에 묘한 기운을 뿜어내는 서커스와 빛과 어둠 양면성을 지닌 뉴욕 등을 그려낸 미장센도 일품이다. 


★★★★


6위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같은 감독(=기예르모 델 토로)이 만들었는데도 전작(='나이트메어 엘리')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를 띠고 있어서 신기하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는 좌절하는 세상 속에서 동화가 주는 힘이 어떤지를 보여준다.


'판의 미로-오필리어의 세 개의 열쇠'에 이어 파시스트 정권 속에서 겪는 고난을 그려내면서 남을 도구로 쓰는 이를 벌하고 도구로서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을 위해 주체적으로 살게끔 구원하는 메시지를 목각인형 피노키오(그레고리 만)가 대변한다. 단순히 원작을 따라하는 것이 아닌, 시대배경에 연출자의 철학에 맞게 색다르게 리메이크하는 것이라고 몸소 증명한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특유의 기괴한 미술 디자인과 음악,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법 등은 감독이 표현하려던 음울한 분위기를 한껏 살아났다. 여기에 미술 디자인과 스톱모션,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까지 잘 어우러져 난다.


★★★★


5위 '놉'


'충격과 공포' 그 자체다. 1차원적으로 접근했을 때, 조던 필의 '놉'은 정체가 무엇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장면들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호기심이 커져가는데, 이는 모두 조던 필의 계획에 다 있는 부분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저것이 UFO일까 아닐까 호기심을 끌던 '놉'은 여러 가지 의미가 섞여 있다.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문제점부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인간의 욕망, 최초에 목숨을 걸려는 욕망 등이 깔리며 여러 가지 갈래로 확장된다.


또 명작인 '오즈의 마법사'를 오마주한 부분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작중 등장하는 회오리나 집의 연출부터, 주인공의 별명 'OJ', 리키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준 '구프 사건' 회상신 등이 그렇다. 이를 포함해 197,80년대를 대표했던 영화들이 생각나게 하는 오마주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조던 필의 천재성에 크게 감탄할 것이다.


★★★★


4위 '더 배트맨'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계속 앞으로 나가며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데 반해, DCEU(DC 확장 유니버스)는 계속 덜컹거리고 리부트 하기만 바쁘다. 특히, DC의 대표아이콘 배트맨은 계속 새로운 배우와 감독으로 리플레이만 하는데, 맷 리브스 감독의 '더 배트맨'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놀로지' 트릴로지를 잇는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


오로지 방탄능력만 갖춘 인간계 히어로 '배트맨' 브루스 웨인(로버트 패틴)은 복면을 썼을 때는 분노만이 남았고, 본캐일 때는 초췌함과 불안함에 가득 쌓였다. 모습이다. 복면 한 장의 경계 차이가 극명한 게 안쓰럽기만 하다. 이는 브루스 웨인뿐만 아니라 고담시에 거주하는 주요 인물들 또한 저마다 복면과 실제 얼굴 간 간극이 극명하다는 것도 볼거리다. 


슈퍼히어로가 아닌 탐정 배트맨의 집요한 범인 추격과 파괴본성으로 가득한 리들러(폴 다노)의 도주, 그 사이에 꽉꽉 채운 본능적인 육탄 액션과 암울한 고담시는 여전히 배트맨이 통할 수 있다는 킬링캐릭터임을 보여준다.


★★★★


3위 '우연과 상상'


'드라이브 마이 카'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 '우연과 상상'은 영화 제목대로 잘 만들어낸 수작이다. 단편영화 같은 3가지 상황의 옴니버스 에피소드가 하나로 이어지는 듯한 마법을 부린다.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 '문은 열어둔 채로', 그리고 '다시 한번' 총 3개의 에피소드는 화려하거나 독특한 연출, 스토리를 가지고 있진 않다. 에피소드별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대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뿜어내는 감정선과 묘한 관계성을 통해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끌어당긴다. 마치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땠을까 하는 상상력도 심는다.


쉽게 말해, '우연과 상상'은 인간의 마음을 단편으로 풀어낸다. 여기서 우연과 상상을 한 줄기 빛으로 삼아 상황을 극복하고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숨은 의도인 것처럼 보인다. 마법보다 더 불확실하지만 문을 열어둔 채로 다시 한번 해낼 수 있다는 경이로움을 얻는다면, '우연과 상상'을 제대로 간파한 것이다.


★★★★


2위 '탑건: 매버릭'


36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고, 여전히 건재하다고 증명하는 '매버릭' 미첼(톰 크루즈)처럼 자신감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탑건: 매버릭'은 아마 '응답하라 1980' 영화들 중에서 가장 훌륭한 속편이 아닐까 생각한다.


'탑건: 매버릭'은 1편의 장점은 그대로 받아들이되, 단점으로 부각됐던 요소들은 깔끔하게 제거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뼈대와 살을 덧붙여 스토리와 세계관을 확장시킨다. '탑건'이 개봉했던 1980년대에도 최강의 스케일을 자랑했지만, 21세기 최첨단 기술력을 만나 한 층 더 업그레이드된 극강의 전율을 선사한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미첼처럼 영화 액션 시퀀스 대부분은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CGI)를 최소화하고 실제 F-18 전투기를 띄워 촬영하는 아날로그 형식을 택한 점이 쾌감과 감동을 불러 모은다.


초반부 매버릭이 최신형 전투기에 올라타 한계 속도인 마하 10에 도전하는 장면은 스턴트맨 없이 직접 액션 소화하는 걸 고집하는 톰 크루즈의 오늘날과 그의 성향을 대변한다. 아무리 기술력이 발전해도 직접 연기하는 배우를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마하 10을 넘어서고, 리더가 돼 젊은 파일럿들을 이끌고 전투비행에 나서 무사귀환하는 과정은 눈물샘을 터뜨리기 충분했다.


★★★★☆


1위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이 최고의 명작이라는 것은 가장 먼저 선보였던 칸 영화제를 비롯해 부일영화상, 청룡영화상 등 다양한 영화 시상식에서 상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입증하고 있다. 아카데미까지 도전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기생충'의 행보를 이어가는데 손색이 없다.


1부와 2부로 나뉜 138분 러닝타임 동안 '헤어질 결심'은 모호함과 갈팡질팡함으로 채운다.  헤어질 결심을 세웠다면 헤어지려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아직 헤어지지 않은 상태이고, 결심을 마음속으로 품었으나 실행할지를 선택하지 못한 모습이 끊임없이 나온다. 이를 해준(박해일)과 서래(탕웨이) 두 남녀가 서로에게 느끼는 의심과 관심, 배신과 충격으로 극대화된다. 


모호함과 과감하게 선뜻 내리지 못하는 '결심', 한데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미장센, 박찬욱과 영혼의 듀오 정서경 작가의 오랜 내공이 담긴 필력에서 드러나는 대사들, 남의 이야기인 것처럼 제3자처럼 비추는 카메라 구도, 산과 바다, 적절하게 섞인 유머들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다. 그렇기에 '헤어질 결심'은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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