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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an 07. 2023

왜 내 맘을 흔드는 건데!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리뷰

사람들이 흔히 부르는 '명작'이란 시대를 불문하고 언제든 다시 꺼내봐도 훌륭한 완성도로 가슴을 요동치게 만드는 작품들을 말한다.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의 대표작인 만화 '슬램덩크' 시리즈가 그 예다. 총 연재 기간은 6년밖에 안되지만, 그의 명성은 어느덧 3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다.


세대를 거쳐가면서 전 연령대에 사랑받는 스포츠 만화 '슬램덩크'가 '더 퍼스트 슬램덩크'라는 이름으로 2023년 극장판으로 컴백했다. 특히 '슬램덩크' 내 최고의 명경기로 손꼽히는 북산고 대 산왕공고 경기를 소환해 공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았다.   


만화 원작과 차이점이 있다면 인기 캐릭터 강백호, 서태웅이 아닌 북산고 포인트 가드 No.7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의 시점에서 재조명했다는 점이다. "26년이 지난 지금은 아픔을 안고 있거나 아픔을 극복한 존재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는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연출 의도에 따라, 원작에서 볼 수 없었던 송태섭 가족사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플래시백으로 교차편집돼 산왕전과 맞물려 그려진다.


사실 송태섭 캐릭터도 다른 북산고 5인방처럼 많은 사랑을 받긴 했으나, 상대적으로 생략된 전사들이 많고 비중도 적었던 편이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통해 송태섭이 남겼던 여백을 알려지지 않았던 전사들로 차곡차곡 채워나간다. 과거의 콤플렉스와 트라우마를 딛고 산왕전에서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송태섭의 서사는 벅차오르게 만든다. 송태섭의 팬이라면, 이번 극장판은 최고가 될 것이다.



송태섭이 주인공인데 반해, 상대적으로 서브처럼 분량이 줄어둔 강백호, 서태웅에 아쉬워할 수 있겠지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고 나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산왕전에서 중요했던 포인트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살려냄과 동시에 이들을 신스틸러처럼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 여기에 절대강자 산왕공고의 에이스 정우성의 서사까지 덧붙이고 있어 스토리라인은 더욱 풍성해졌다.


원작 팬들이 사랑했던  수작업 셀 애니메이션의 향수를 최대한 재현하려는 시도도 좋았다. 3D 카툰 렌더링으로 사실적인 움직임을 구현함과 동시에 2D 스타일의 만화 감성을 입혔다. 이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디테일로 구현한 숨 막히는 공수, 왜곡된 사운드와 슬로 모션이 전하는 압박감과 몰입감으로 러닝타임 125분을 순삭 시킨다.


원작을 보지 않고 극장판으로 '슬램덩크'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라면 걱정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북산 5인방을 비롯해 주요 캐릭터들, 일본 원어를 한국화로 로컬라이징 한 것 등 사전 지식이 어느 정도 필요할 수 있겠으나 애초에 기승전결이 완벽한 산왕전을 선택했기에 경기 자체에 몰입한다면 따라가는 데 큰 부담은 없다.


한국판 '슬램덩크'의 대표 OST인 가수 박상민의 '너에게 가는 길'은 나오지 않는 게 아쉽긴 하나, 26년 전 명작을 2023년에 다시 접해도 여전히 가슴을 뜨겁게 만들고 벅차오르게 만든다. 방탄소년단의 '상남자' 가사처럼 "왜 내 맘을 흔드는 건데" 외치게 하는 마력을 지닌 걸작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고 나면, '슬램덩크' 전편을 정주행 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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