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Hyun Jan 20. 2023

어쩔 수 없어, 이게 최선이야

영화 '교섭' 리뷰

임순례 감독이 지난 2007년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던 그 사건을 영화화한다고 알려졌을 때, 괜찮을까 반신반의했다. 지난 18일 개봉한 '교섭'을 봤더니 "역시나"였다. 어쩔 수 없이, 이게 최선인 듯 보였다.


영화 '교섭'은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 정재호(황정민)와 현지 국정원 요원 박대식(현빈)의 교섭 작전을 그린 영화다. 2007년 벌어진 샘물교회 선교단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을 모티프로 삼아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다.


모티프 삼긴 했으나, '교섭'의 전반적인 줄기는 실제 사건과 동일하게 흘러간다. 아프가니스탄에 선교를 떠난 23명의 교인들은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를 당하고, 탈레반은 이들을 인질로 삼아 수용소에 갇힌 탈레반 동료들의 석방을 요구하자 대한민국 외교부와 국정원이 급파돼 협상을 이어나가는 이야기다.


영화의 기반이 되었던 실제 사건이 16년이 지난 지금도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걸 인지했는지, 임순례 감독은 '교섭' 속에 논란거리를 최대한 제거하고 피랍된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외교부와 국정원에만 집중하는 기계적 중립을 택한다. 이와 함께 '인질 구출'이라는 목표를 향해 확실하고 직선적인 전개, 현빈을 앞세운 화려한 액션, 황정민의 리드와 스크린 장악력, 양념을 더하는 강기영의 존재감으로 108분을 꽉 채운다. 



상업 영화로서 갖춰야 할 기본 요소를 충실히 지키는 반면에, 영화의 밑바탕이 된 실화의 엔딩을 미리 알고 있어서인지 영화가 가지고 있던 비장의 수가 뻔히 읽힌다. 그래서 쫄깃한 긴장감으로 이어가야 하는데, 맥이 풀리는 구간도 발생하고 황정민과 현빈이 이렇게까지 목숨을 거는지도 쉽게 와닿지 않는다.


임순례 감독이 "당연히 가지 말라는 곳에 어기고 간 그분들이 잘못했다"라고 명확하게 밝혔던 만큼, 기계적 중립을 선택한 '교섭' 속에서도 탈레반에 잡혀간 이들에 대한 생각을 보물 찾기처럼 숨겨놨다. 가지 말라는 여행 제한 국가를 굳이 몰래 입국한 점이나 "정말 죄가 없을까요?"라는 아프가니스탄 외무부 장관의 한마디, "관광지가 없다"는 탈레반 측의 일갈 등등을 곱씹어보게 만든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교섭'은 논란을 피하려고 기계적 중립을 서기로 결정하면서 더 비난받거나 덜 비난받을 여지를 없애버렸다. 그래서 이를 관람하는 관객들이 감독의 의도를 100% 이해해 줄지는 회의적이다. 여행금지구역인 아프가니스탄에 제 발로 들어가서 하지 말라는 선교활동을 벌이려던 인질들을 구출해 내는 과정을 '권선징악' 스러운 카타르시스로 전하는 듯한 느낌도 있어서다. 


민감한 소재를 사용하면서 논란거리를 야기하지 않은 채 숨 죽이게 만드는 상업 영화를 만들려면 어쩔 수 없다. 이게 최선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본다면, 억지로 쥐어짜낸 이상적인 '교섭' 테이블을 보여주려고 굳이 민감한 실제 사건을 끄집어내야만 했냐는 점이다. 황정민, 현빈, 강기영 세 배우의 연기 합만 감상하기엔 좀 더 훅 끌어당길 영화의 매력이 부족하다.


★★☆


매거진의 이전글 개봉 스위치를 켠 타이밍이 아쉬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