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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an 24. 2023

연니버스를 덮친 'C타입' 영화

영화 '정이' 리뷰

연상호 감독은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의 신작 '정이'를 SF장르로 만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아마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려는 메시지에 무게를 둔 것 같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서사라서 이도저도 아닌 'C타입'이 되어버린 것 같다.


'정이'는 22세기 전설의 전투 용병 윤정이(김현주)의 뇌를 복제해 A.I. 전투용병 뇌에 이식해 실험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연상호 감독이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시절부터 최근작인 '지옥'까지 다양한 작품을 연니버스로 공개해왔기에 '정이'를 향한 기대감도 높았다. 특히나 지난해 세상을 떠난 故강수연의 유작으로 알려져 있어 공개 전부터 화제작으로 주목받았다.


윤정이는 모두에게 인정받는 슈퍼히어로이기 전에 한 사람의 엄마였고, 몸이 아픈 딸 윤서현(겅수연/아역 박소이)을 위해 죽음을 불사하며 마지막 미션에 참여했지만 끝내 실패해 식물인간이 돼 인간과 로봇 경계에서 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윤정이는 인격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C타입 A.I.로 계약을 맺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개발하는 A.I. 정이 개발을 두고 윤서현과 연구소장 김상훈(류경수) 사이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사이버펑크 특유의 디스토피아와 최첨단 기술이 공존하는 '정이'의 22세기와 A.I. 정이를 비롯한 로봇들의 비주얼은 확실히 인상 깊다. 이와 맞물려 정이와 로봇들의 액션들은 확실히 눈길을 사로잡는 볼거리를 선사한다. 



하지만 '정이'는 SF와 액션이 주류가 아니다. A.I. 정이를 비롯한 관계에서 오는 의외성,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의외성 등을 통해 '인간성은 과연 인간만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게 영화의 진정한 메시지다. 다만 연상호 감독이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를 받쳐줘야 할 서사는 진부함 그 자체다.


'정이'는 윤정이와 윤서현 두 여성 캐릭터를 모성애 코드로 묶어 신파물처럼 풀어낸다. 단순히 신파라서 문제가 아니라 기존 다른 작품에서 선보였던 공식과 스토리라인과 크게 다르지 않게 평면적이고 얕게 표현했다는 점 때문이다. 그래서 화려한 SF스러운 외피에 비해 너무 허무함이 느껴진달까.


그래서인지 유작 속 강수연의 존재감은 돋보이는듯 하면서도 다른 캐릭터들과의 어울리기까지 시간이 너무나도 오래 걸린다. 파격적인 액션을 예고할 줄 알았던 김현주 또한 이미지나 연기 변신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결국 '정이'를 올드하게 만든 연상호 감독의 탓이다.


다행스러운 건 '정이'의 러닝타임이 98분이라 다른 영화들에 비해 그나마 짧은 편이다. 대신 영화 전체 분량의 2/3 가량이 지루하게 늘어져 이를 참고하면서 관람해야한다는 걸 숙지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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