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Hyun Feb 20. 2023

어디선가 나를 훔쳐볼까 오싹오싹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리뷰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는데 내 일상이 한순간에 공포로 뒤바뀔까. 충분히 그럴 법하다. 준영(임시완)의 말대로 우리의 스마트폰에는 모든 정보가 압축 저장되어 있고, 자칫 잃어버렸다간 나의 모든 것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이러한 현실 공포 스릴러로 우리들을 오싹하게 만든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평범한 회사원 나미(천우희)가 자신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하고, 이를 우연히 주운 준영이 모종의 일들을 꾸미면서 나미의 숨통을 점점 조이며 일상 전체를 위협하는 내용이다. 동명의 일본 소설이 원작인 작품이다.


영화화된 동명 일본 영화는 스마트폰을 해킹한 범인이 누구인지 추론해 나가는 구조를 택했다면, 한국 버전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초반부터 준영이 범인이라 지목한다는 점에서 다른 방향을 택한다. 준영이는 삽시간에 나미의 스마트폰으로 범행을 시작해 그의 일상을 점령해 가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전개해 끔찍한 현실 공포를 선사한다. 김태준 감독의 훌륭한 선택이다.


이어 수많은 등장인물을 등장시키지 않고 최대한 나미와 준영, 그리고 범죄를 쫓는 형사 지만(김희원) 세 캐릭터 중심으로 사건을 끌고 나가는 선택과 집중을 택하는데 이 또한 탁월하다. 덕분에 현실적인 소재를 향한 공포의 몰입도와 흡인력은 높아지고 쫀쫀한 긴장감이 배가된다.  



그러나 초반부터 범인의 정체를 드러내면서 발생하는 단점이 중반 이후부터 드러난다. 나미의 스마트폰과 SNS 계정 등을 해킹해 그를 옥죄며 쥐락펴락하지만, 준영이 벌이려는 범죄 행각은 클라이맥스에 다가선 시점에는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이뤄진다는 한계에 부딪친다. 


또한 스토리가 고조되는 동안 일부 상황에서 개연성 부족까지 겹쳐 결말에서 살짝 삐끗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현실성 있는 소재로 초반부터 휘몰아치며 보는 이들을 사로잡았던 것과 비교하면 신선하거나 쾌감을 주거나, 혹은 여운을 주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가 잘 나가다 엇나가는 지점이 보이는 데에도 크게 거슬리지 않았던 건, 영화를 끌고 가는 두 배우 천우희와 임시완의 아우라가 크다. 먼저, '비상선언'에서 소름 끼치는 악역으로 변신에 성공했던 임시완은 이번 작품에서도 이른바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 빌런으로 전반부를 책임졌다. 계산된 연기가 아닌 본능으로 그려내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


헐거워지기 시작하는 중반부를 끌고 간 건 천우희다. 차분하게 나미의 감정선을 쌓아가는 그는 점점 준영이가 선사하는 스마트폰의 공포에 완전 질린 피해자로 빙의해 모두가 공감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


매거진의 이전글 MCU가 쏘아 올린 '캉'받는 대서사,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