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Hyun Mar 06. 2023

'동백꽃', '스캐'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졌네

드라마 '일타 스캔들' 리뷰

전도연과 정경호가 호흡 맞춘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 중반부 전개까지만 하더라도 '오래간만에 잘 만든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탄생하겠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복합장르로 해내 보이겠다는 욕심이 너무 넘쳤는지 결국 가랑이가 찢어졌다.


'일타 스캔들'은 입시지옥에 뒤늦게 입문한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여사장 남행선(전도연)과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에서 별이 된 일타 남강사 최치열(정경호)의 달콤 쌉싸름한 스캔들을 그리는 내용이다. 다양한 장르에서 넘나들었던 전도연이 과거 자신의 전성기를 열었던 로맨스물에 합류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 드라마는 한국인이라면 관심 가질만한 요소들이 총망라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호불호 없이 선호하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꾸준히 대두되고 있는 자녀 입시 문제, 그리고 의미심장한 스릴러 한 스푼까지 더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가져왔더라도 잘 담아내지 못한다면 산만하기 마련인데, '일타 스캔들'의 초반부는 어디 하나 넘치지 않고 적재적소로 잘 짜여 있다. 로코가 주류이긴 하나 생각 이상으로 입시 사교육에 대해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있고, 회차별로 호기심을 끌만한 떡밥을 뿌리고 있다. 또 남행선과 최치열, 두 인물을 중심으로 각 캐릭터들 간 관계 및 서사들이 제법 촘촘하다. 그래서인지 한 번 맛보고 싶은 '국가대표 반찬가게' 반천들처럼 '일타 스캔들'의 반찬이들은 자꾸 구미를 당기게 만든다.



'일타 스캔들'이 시청자들을 확 끌어당기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두 주연배우 전도연, 정경호의 존재감이다. 장르 불문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는 '칸의 여왕'이지만, 사실 전도연은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대표하는 로맨스 여신이다. 전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이자 생활력 강한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을 러블리 그 차제로 만든 건 전도연의 힘이다. 정경호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이후로 또 다른 예민함, 병약미로 표현하며 전도연과의 핑크빛 케미를 극대화시킨다.


하지만 '일타 스캔들'은 남행선과 최치열 두 캐릭터의 로맨스가 결실을 맺은 중후반부부터 조금씩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다. 메인 스토리인 두 남녀의 러브스토리가 완성되면서 뒤를 이어 줄 또 다른 스토리라인이나 반전 요소들이 필요했다. 아무리 '치트키 반찬' 제육볶음을 대령했어도 그 뒤에 나올 반찬 또한 중요한데, 제작진과 작가의 선택은 미스터리함을 풍겼던 '쇠구슬 범인'이었다.


이러한 설정은 KBS 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과 닮아있다. 오동백(공효진)과 황용식(강하늘)의 로맨스 못지않게 큰 비중을 차지했던 옹산시 연쇄살인범 '까불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뒤통수치는 반전과 차곡차곡 빌드업하며 '까불이'의 최후까지 자연스럽게 풀어낸 '동백꽃 필 무렵'과 달리, '일타 스캔들'은 스릴러적 재미를 억지로 끌어올리고자 무리한 시도를 범한다. 결국 초중반에 쌓아둔 관계성과 서사들을 망가뜨렸고, 빌런의 최후 또한 황당무계했다.


'쇠구슬 범인'의 등장과 맞물려 교육 현장서 발생한 사건 사고로 또 다른 긴장감을 주려고 했는데, 이는 JTBC 'SKY 캐슬'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엄청난 비교대상이 있어서인지 과열경쟁이나 부정시험 등이 색다른 재미를 주지 못한다. 여기에 주인공 커플 이외 불필요한 러브라인들, 인위적인 빌런 추가 등이 더해져 초심을 유지하지 못한 채 마무리하는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


매거진의 이전글 헌 판을 다시 새로 짜도 헌 판인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