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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Mar 22. 2023

뒤늦게 몰아치기 시작한 휘모리장단

드라마 '카지노' 시리즈 리뷰 

(※ '카지노' 시즌 1, 2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디즈니+가 야심 차게 준비한 드라마 '카지노' 시리즈는 스크린에서 건너온 영화감독들의 주요 연출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2시간짜리 러닝타임에서 16부로 늘어나서인지, 어딘가 모르게 쳐지거나 이음새가 영 매끄럽지 못하다.


'카지노'는 우여곡절 끝에 필리핀으로 건너가 카지노의 왕이 된 남자 차무식(최민식)이 일련의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은 후 생존과 목숨을 걸고 게임에 복귀하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충무로 대표 얼굴 최민식이 25년 만의 드라마 복귀, 대세로 떠오른 손석구의 합류, '범죄도시' 시리즈 시작을 쏘아 올린 강윤성 감독의 연출 등으로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다.


'카지노'는 차무식이 민석준(김홍파)의 살인범으로 체포되는 과정을 첫 장면으로 등판시키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면서 격동의 한국현대사와 함께한 차무식의 성장사부터 필리핀으로 건너와 자리 잡기까지 과정을 스토리텔링한다. 


주인공이 누구이며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들려주면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게 중요한 일이긴 하나, 강윤성 감독은 이 부분에서 실수를 범한다. 8회로 구성된 시즌 1에서 무려 절반 이상을 차무식의 성장사에 올인하다시피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 심지어 오디오북을 듣는 듯한 최민식의 내레이션까지 더해져 투머치 오브 투머치였다.


반면, 차무식과 함께 드라마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필리핀 코리안 데스크 오승훈(손석구)은 시즌 1 6회가 되어서야 등장한다. 공개 전 예고에서 보여준 것과는 달리 매우 적은 비중을 차지해 배신감을 느낄 정도.



전반전에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준 것을 만회하려는 듯이, '카지노'는 시즌 2에 접어들면서부터 지루한 인트로를 정리하고 드라마를 관통하는 큰 사건인 '민석준 살인사건'의 방아쇠를 본격 당긴다. 이와 함께 시즌 1에서 투머치하게 빌드업했던 차무식과 주변 인물들 간 꼬여가는 관계 변화 및 숨겨둔 욕망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그럴 때마다 '필리핀 카지노 왕' 차무식은 끝없는 도전을 받으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가 때로는 구렁이가 담 넘어가듯 스무스하게 극복해 낸다. 그를 쫓는 오승훈의 집요함도 나날이 배가되고, 팽팽한 기운이 끊임없이 부딪치는 게 느껴진다. 


시즌 2에서 한 층 달라지긴 했으나, 군데군데 '카지노'의 스토리 구멍이 드러내는 허점은 여전히 개선되지 못했다. 널뛰기하는 듯한 엉성한 개연성이 보이는데도 크게 눈에 거슬리지 않는 건 차무식의 존재감이 매우 커서다.


확실히 차무식을 연기하는 최민식의 연기 내공은 숨 막힐 정도로 러닝타임 내내 꽉 채운다. 다른 범죄물, 누아르 장르의 캐릭터들보다는 결이 다른 깊이를 선보이며 '카지노'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반대편에 서 있는 손석구 또한 분전하며 맞불을 놓는다. 다만, 손석구의 역량을 담아내기엔 오승훈 캐릭터의 그릇이 다소 버거워 보인다. 


'카지노'는 시즌 1과 시즌 2의 온도 및 속도 차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전반부에는 진양조보다도 더 느린 호흡을 이어가 지루함을 안겨줬다면, 시즌 2는 휘모리장단처럼 빠르게 몰아쳐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관되지 못한 전개속도가 아쉬울 따름이다. 



시즌 1 : ★★

시즌 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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