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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Mar 27. 2023

거장의 삶은 '영화' 그 자체였다

영화 '파벨만스' 리뷰

어느 날 우연한 계기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다. 이 기점으로 인해 때로는 비범한 인물이 탄생하기도 한데, 영화사에 굵직한 한 획을 그은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또한 인생에서 경험했던 한 순간으로 인해 영화감독이 됐다. 이를 그리고 있는 영화가 바로 '파벨만스'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34번째 장편 영화 '파벨만스'는 영화와 사랑에 빠진 소년 새미(가브리엘 라벨/마테오 조리안)를 내세워 유년시절부터 20살 청년이 될 때까지의 스티븐 스필버그의 성장사를 담은 내용. 제80회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고,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7개 부문 후보에 오른 만큼, 작품성은 이미 검증됐다.


주인공 새미는 하누카(유대교 성탄절)를 앞두고 아빠 버트(폴 다노), 엄마 미치(미셸 윌리엄스)와 함께 극장에서 본 세실 B. 드밀의 '지상 최대의 쇼'를 보고 엄청난 자극을 받는다. 극장에서 보고 온 기차 충돌 장면이 계속 아른거리고, 미치가 선물로 준 필름 카메라로 똑같이 재연한 것을 시작으로 영화에 빠져든다. 이어 그는 영화와 사랑하고, 때로는 위기를 겪고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151분 러닝타임을 통해 찬찬히 그려낸다.  


자신의 회고록인데 스티븐 스필버그는 자신이 겪었던 유년시절과 청소년기를 과장이나 생략 없이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보여준다. 특별히 감정을 넣지도 않고, 자화자찬도 없으며 오롯이 제3자로서 파벨만 가족의 삶을 보여준다. 디테일한 서사에 걸맞은 편집과 조명, 음악을 살짝 곁들였을 뿐인데도 스티븐 스필버그의 내공이 가슴속 깊숙하게 전달된다.



'파벨만스'를 통해 스티븐 스필버그가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영화 요소는 편집이다. 분명 카메라로 보이는 사실 그대로를 담아낼지라도, 원본은 감독의 편집 방향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고등학교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불량 학생이 한순간에 학교의 영웅이 되기도 하고, 가정을 뒤흔드는 불씨가 담겼음에도 완성본에서는 오직 화목한 가족 여행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또 핀 하나로 가짜처럼 보이는 총격 액션이 엄청난 특수효과를 반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와 함께 새미의 영화 작업은 경험치가 쌓이면서 정교하게 발전한다. 부모님과 여동생들에게 지시하면서 상황을 담았던 초기 상황극에서 벗어나 학교 친구들을 배우로 기용한 서부극에선 이전과 다른 진일보한 연출&편집 스킬을 자랑한다. 이를 발판 삼아 고등학교 졸업 기념 영상에선 정점을 찍는다. 새미의 성장은 마치 어렸을 적 스티븐 스필버그도 저랬을 것이라는 상상력으로 이어진다.


또한 '파벨만스'는 스필버그 자신을 향한 응원처럼 보인다. 미치의 표현을 빌려 "과학자와 예술가의 전쟁터" 속에서 새미는 성향과 성격이 완전 다른 부모님이 이룬 집에서 영화를 만나 비로소 정체성을 확립한다. 불안한 시기에도 영화로 답을 찾고, 돌이킬 수 없는 가정의 평화를 목도하며 "고쳐낼 수 없는 건 겪어낼 수밖에 없다"라고 깨닫는다. 직접 부딪치고 겪으면서 성장통을 겪던 그는 위대한 감독 존 포드(데이비드 린치)와의 우연한 만남으로 다시 한번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전하기도.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는 '파벨만스'에서 60년 동안 엄마와 단둘만의 비밀을 풀어놓으면서 끌어안는다. 다른 가족에게도 일절 밝히지 않았던 그는 74세라는 나이가 되어서야 어린 시절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동시에 비로소 어른의 삶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한다.


거장의 영화 같은 삶을 담은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이 스토리에 더욱 과몰입하게 만드는 존재감을 뽐낸다. 아티스트적 기질을 갖춘 엄마 미치 역의 미셸 윌리엄스의 감정선과 물처럼 차분한 내면을 지닌 아빠 버트 역의 폴 다노의 연기력은 단연 최고. 두 사람의 아들 새미 역을 차지하기 위해 3000대 1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신예 가브리엘 라벨은 자연스레 스티븐 스필버그로 오버랩되게 만드는 재능을 갖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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