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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May 26. 2023

30여 년 만에 왜 실사화를 택했을까?

영화 '인어공주' 리뷰

30여 년 만에 2D 애니메이션에서 실사 영화로 재탄생한 '인어공주', 보는 내내 '왜 실사 영화를 택했을까?'라는 의문점이 따라다녔고 러닝타임을 다 채운 뒤에도 해답을 찾지 못했다. 30여 년 전 애니메이션 따라하기만 하고 말았다는 뜻이다.


디즈니가 내놓은 '인어공주'는 아틀란티카 왕국의 인어공주 에리얼(할리 베일리)이 바다에 빠진 왕자 에릭(조나 하우어 킹)의 목숨을 구해준 뒤 사랑에 빠져 운명을 쟁취하려는 과정이 담긴 영화다.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는 제작단계부터 잡음이 많았다. 애니메이션에서 백인 인어인 에리얼 역을 흑인배우 할리 베일리가 맡게 되면서 '블랙 워싱(blackwashing)' 논란이 일었다.


제작 단계부터 피부색 논란으로 전 세계 관객들의 기대와 우려를 받은 채 뚜껑을 열었지만, 피부색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론 주연을 맡은 할리 베일리가 연기 경력이 많지 않다 보니 영화 전반부에 비해 다양한 감정선을 드러내야 하는 연기가 필요한 후반부에서 역량이 부족한 면을 드러내긴 한다. 상대역인 에릭 왕자 역을 맡은 조나 하우어 킹의 부족한 연기력도 눈에 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몰입하는 데 크게 방해될 수준은 아니다.


이 영화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동명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면서 러닝타임이 82분에서 125분으로 늘어나는 데 반해  주요 서사 및 설정들이 각색되거나 달라진 부분이 없다는 점. 주요 배경이 카리브해로 바뀌었고 왕자 에릭에게 '출생의 비밀'이 주어졌다고 하나, 임팩트를 주기엔 역부족. 도리어 카리브해에 위치한 가상의 섬 왕국을 무리하게 만든 탓인지 이질감만 느껴졌다.



실사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인(?) 비주얼라이징 또한 '인어공주'의 큰 장벽이다. 과거 애니메이션에서 귀여웠던 세바스찬, 플라운더는 '불쾌한 골짜기'가 느껴질 만큼 충격적인 비주얼로 변신해 등장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게 만든다. 애니메이션 시절 추억 보정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해물탕 비주얼'이 되어버렸다. 여기에 어두컴컴한 조명들도 방해요소로 다가온다.


사실 애니메이션 시절 '인어공주'는 에리얼의 진심 어린 목소리에 조명하면서 목소리의 진정성, 그리고 목소리를 통한 '나 다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 또한 담아내고 있다. 그렇기에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인어공주'는 성인과 아이 가릴 것 없이 사랑받는 애니메이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영화 '인어공주'는 애니메이션이 보여줬던 것 그 이상의 한 발을 내딛고 현시점에 걸맞은 각색 혹은 변화를 보여줬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발전은커녕 과거 찬란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의존하는 데에 안주하는 것으로 그쳤다. 애니메이션을 접했던 어른들에겐 실망을,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에겐 크게 와닿지 못한 셈이다.


결국 '인어공주'는 최근 선보였던 디즈니 실사 영화들에서 드러났던 나쁜 버릇인 '애니메이션 실사화 구현'만 하려고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쏟은 셈이다. 결국 관객들의 기대를 부흥하지 못한 작품인데, 피부색 논란으로 애먼 배우만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현실이 대단히 안타깝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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