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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un 09. 2023

어디서 MCU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영화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리뷰

지난 2007년 화려하게 포문을 열었던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 오리지널 시리즈는 '첫 끗발이 개끗발'이었다. 속편이 거듭될수록 나아져야 하는데 되려 조악하고 실망스러운 수준을 내놓으면서 관객들을 실망시켰다. 대실패를 만회하고자 '리부트 시리즈'로 다시 시작했고, 첫 주자로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범블비' 솔로 무비를 꺼내 보이며 어느 정도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으로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번 편은 '트랜스포머' 시리즈 중 하나인 '비스트 워즈'를 실사 영화화한 작품으로 기존 오토봇 대 디셉티콘 대결구도가 아닌 맥시멀과 오토봇, 그리고 이들과 맞서 싸우는 유니크론의 수하들인 테러콘이 스토리를 이끈다. 옵티머스 프라임(피터 컬런), 범블비 등 관객들에게 친숙한 캐릭터들,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기에 오리지널 시리즈와는 다른 노선을 택할 줄 알았다.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은 오리지널 시리즈와는 다르다고 증명하려는 몸부림으로 가득 채운다. 기존 마이클 베이식 '때려 부수고 파괴하는 등 폭발적인' 연출에서 벗어나 오토봇, 맥시멀, 그리고 이들과 동행하면서 지구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인간 2명 노아(안토니 라모스), 엘레나(도미니크 피시백)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려고 노력했다. '트랜스포머' 특유의 액션은 계속 터뜨려주기보단 한 데 응축해서 한꺼번에 선보이는 형식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오리지널 시리즈와는 다른 리부트 시리즈라는 걸 보여주긴 했지만, 관객들이 흡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분명히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한 작품인데도 어딘가 모르게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표 슈퍼 히어로 장르의 냄새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때문이다.



한 예로 인간 대표(?)를 맡고 있는 노아와 엘레나의 서사 및 비중이 오토봇, 맥시멀 못지않게 차지하고 있다.  오토봇, 맥시멀과 만나기 전 개인사를 나열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들이 후반부에 각성하는 순간까지 MCU 작품에서 볼법한 슈퍼 히어로의 탄생과정을 고스란히 빼닮았다.


오토봇, 맥시멀, 인간이 한 데 힘을 모아 테러콘과 맞서는 대규모 전투 장면 또한 마찬가지다. 절묘한 합을 보여주면서 현란하게 적들과 전투하는 모습은 흡사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엔드 게임' 등 대표 시퀀스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오마주 수준을 넘어 지나치게 긴 분량으로 유사한 연출 방식을 구사하고 있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다른 영화 장르를 패러디하는 것이 결코 잘못됐다고 할 순 없다. 종종 다른 영화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신, 대사 등을 오마주해서 표현한 작품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은 로봇 슈퍼히어로의 탄생기를 만들었나 생각할 싶을 정도로 과하게 따라 하고 있어서다. 그러면서 이 시대의 트렌드에 맞게 뉴트로풍을 몇 스푼 얹으면서 2023년에 걸맞은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포장했다.


가뜩이나 MCU 냄새를 가득 풍기는데,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의 마지막 장면 및 쿠키 영상 또한 황당함을 느끼게 만든다. 기껏 '범블비' 솔로무비로 만회할 방도를 찾은 리부트 시리즈가 개성을 잃은 채 오리지널 시리즈처럼 좌초될까 하는 우려가 점점 커져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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