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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un 17. 2023

DC스러운 DC 멀티버스로의 초대

영화 '플래시' 리뷰

DC도 DCEU(DC 확장 유니버스)의 마지막 편인 '플래시'를 통해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이어 멀티버스의 문을 열어젖혔다. 처음부터 끝까지 DC스러움 그 자체였다.


'플래시'는 빛보다 빠르게 달리는 슈퍼히어로 플래시(배리 앨런/에즈라 밀러)가 자신의 장기인 빠른 속도로 시공간 이동까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본격 스토리가 시작된다. 그는 자신의 아픈 과거를 바꾸기 위해 역행하다 다른 세계로 떨어지게 되면서 또 다른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플래시'로 멀티버스를 열어젖혔지만, DC는 거창하고 복잡하게 구현한 MCU식 멀티버스와는 다른 방식을 택한다. '원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라는 말을 따라 배리 앨런의 트라우마부터 촘촘하게 엮어나가는데 어렵지도 않고 유치하지도 않은 채 스토리를 풀어내간다. 오직 배리 앨런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편하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도 닮아있다.


멀티버스를 선보이면서 반가움도 전달한다. DC 코믹스의 대표 아이콘으로 불리는 히어로 캐릭터 배트맨(브루스 웨인)을 연기한 배우들이 적재적소에 등장한다. DCEU 배트맨을 연기한 벤 에플렉을 비롯해 마이클 키튼 등 배트맨을 소화했던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배트맨과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슈퍼맨의 역사도 감상할 수 있다. 이를 약간의 유머를 더해 표현하고 있다는 게 특징.



'플래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주인공 플래시를 연기한 에즈라 밀러의 연기력이다. 그가 연기한 30대 배리 앨런과 또 다른 멀티버스 속에 살고 있는 18살 배리 앨런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걸 넘어 두 캐릭터의 티키타카를 맛깔나게 살려낸다. 폭행·강도·절도 혐의로 기소되고, 미성년자 성폭력 의혹까지 받으며 문제아로 전락해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태임에도 DC가 버리지 못하는 건 그의 악마적 재능 때문이 아닐까.


슈퍼히어로 내면의 아픔과 아물지 않는 상처를 봉합하려고 발버둥 치는 과정에서 전달하는 DC스러운 메시지와 스타일을 보여주는데 반해, 슈퍼히어로 플래시의 능력을 부각할 액션과 연출력 면에서는 조금 아쉽다. 이번 편에서 빠르게 달리면서 시간 역행의 문을 여는 과정에서 선사한 시각화 연출은 눈에 띄긴 하나, 빛만큼 빠른 속도로 달리는 움직임을 구현하는 방식은 퀵실버 식 스타일에서 발전하지 못한 게 옥에 티랄까.


DC스러운 DC 멀티버스를 선보인 점은 칭찬할 만하나 '플래시'를 통해 관객들에게 보여줄 새로운 게 무엇인지 질문한다면 쉽사리 답이 나오진 않을 것이다. 먼저 멀티버스를 내놓은 마블은 판을 벌인 데 반해 수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특히 DC는 '플래시'를 끝으로 10년 간 이어온 DCEU를 마무리하고 DCU(DC 유니버스)로 리부트를 발표했기에 그대로 이어갈지 또한 미지수다.


하나 희망을 걸어본다면, MCU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트릴로지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DCEU에서 걸작으로 평가받는 '더 수어사이드 수쿼드'를 연출한 제임스 건이 DCU를 진두지휘한다. 영화 7편과 드라마 4편, 애니메이션 1편 제작에 돌입한 DCU가 '플래시'가 오픈한 멀티버스를 인수인계해 마블도 못한 것을 이뤄낼지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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