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Hyun Jun 19. 2023

꿋꿋하게 이어가는 이들의 '낭만'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3' 리뷰

(※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1,2 내용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가슴속 깊숙이 한 곳에는 '낭만'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현실과 부딪치게 되면서 그 낭만은 꺾이고 현실과 타협하거나 점점 생기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시즌 3까지 '낭만보존의 법칙'을 유지하며 달려온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는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김사부(한석규)를 중심으로 돌담병원을 이끌어온 의료진들의 낭만을 담아 온 '낭만닥터 김사부'는 3년 만에 시즌 3으로 돌아오면서 이전과 달리 스케일을 한 층 업그레이드했다. 예스런 돌담병원 옆에 현대식 대형 건물 양식으로 세워진 권역외상센터와 걸맞게 캐릭터들과 서브플롯, 볼거리들이 훨씬 더 늘어났다.


시즌 1, 2에 이어 이번에도 김사부와 대척점에 서 있는 캐릭터로 차진만(이경영)이 등판한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단순히 악역을 소화하는 게 아닌 김사부와 대립하면서 대한민국 의료계의 현실과 옳고 그름 그리고 세대론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마치 '다크나이트'의 조커(히스 레저) 같은 역할에 가깝다고 봄이 옳다.


이번 시즌에 돌담병원 식구들이 상대해야 하는 빌런들은 단순하지 않다. 힘은 비교적 약한데 복잡하고 입체적인 인물들이 등장하고, 최종 보스격으로 불리는 도의원 고경숙(오민애)은 아들이 병원에서 제때 치료를 못 받아 죽었고, 붕괴 건물에 매몰되는 등 빌런으로 판단할 수 없다. 고민할 지점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번에도 '낭만닥터 김사부'는 낭만으로 답한다. 시즌 1에선 오늘날 의술로 인간다움을 설파하는 의사를 알리고, 시즌 2에선 주류 대 비주류, 자본논리와 사명 등 현실논리에 맞서는 낭만을 선보였다. 이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시즌 3은 일상과 밀착시키며 등장인물들을 딜레마에 빠뜨리면서도 '의료인으로서의 낭만'을 앞세워 상황이 어떻든 "의사는 환자를 살피고 살린다"라는 소명의식으로 응답한다.


이는 김사부가 오래전부터 계획해 왔던 '모난돌 프로젝트'의 일원들이 위용 있게 서 있는 돌담병원 권역외상센터 아래에 모이는 과정으로 대변된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시즌 1 이후로 더 이상 못 볼 줄 알았던 강동주(유연석)의 컴백과 시즌 2에서 김사부의 직계제자로 활약했던 서우진(안효섭)과 차은재(이성경), 돌담병원 뉴비로 투입한 이선웅(이홍내), 장동화(이신영), 그리고 시즌 4에 컴백을 암시하는 듯한 윤서정(서현진)까지. 상상만으로도 낭만을 부풀게 만든다. 이들이 함께 한 팀이 되어 수술을 해낸 장면이 괜히 설레게 한다.


생각할 지점이 많아지고, 꿋꿋하게 이어온 따스한 낭만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시즌 3에 접어들면서 김사부의 존재감이 축소되었다는 건 아쉬울 따름. 이는 아무래도 시즌이 거듭될수록 김사부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서브플롯들이 커지고 서우진-차은재, 윤아름(소주현)-박은탁(김민재) 커플의 연애스토리 또한 커져가기 때문이다. 이들의 러브스토리도 현실에 기반하지만, 김사부가 뒤로 물러나면서 '김사부' 시리즈가 전파하려는 낭만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달까.


미흡해 보이는 점이 있지만, '낭만닥터 김사부'는 시즌 3까지 완주하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낭만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요즘에야 시즌제가 대중의 인식에 녹아들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 드라마 산업에서 시즌제로 이어가는 실행 자체가 부단히 어려운 일인 것. 그런 점에서 박수치게 만든다.


여하튼 '낭만닥터 김사부 3' 말미에 강동주는 서우진에게 권역외상센터를 레벨 1로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꺼내 보이며 또 다른 낭만을 불러일으켰다. 시즌 4까지 이들의 낭만이 꿋꿋하게 이어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낭만닥터 김사부'를 보며 꿈을 잃었던 이들도 함께 꿀 수 있기를.


★★★☆






매거진의 이전글 DC스러운 DC 멀티버스로의 초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