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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un 20. 2023

아름다운 4원소로 붓칠 한 사회문화

영화 '엘리멘탈' 리뷰

픽사가 내놓은 새 영화 '엘리멘탈'은 그동안 봐왔던 픽사 애니메이션들처럼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그러면서 이전과는 다른 결이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개인보다 사회에 조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피터 손 감독이 연출한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4원소가 사는 엘리멘트 시티에 입성한 불 원소족 버니(로니 델 카르멘)와 신더(쉴라 옴미) 부부, 그리고 이들의 딸 엠버(레아 루이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반기는 자 없는 이곳에서 폐가에 터를 잡은 엠버 가족은 파이어플레이스라는 가게를 세워 운영하다가 우연히 정반대 성향을 갖춘 물 원소족 웨이드(마모두 아티)를 만나면서 본격 스토리가 전개된다.


'엘리멘탈'은 불, 물, 흙, 공기 네 가지 원소로 원소들이 살아가는 엘리멘트 시티를 아름답고 정교하게 그려내 놀라움을 선사한다. 도시 곳곳에 서로 다른 특징을 한껏 살린 원소들의 특색이 두루 담아내 그림체는 보는 내내 즐거움과 경이로움을 안기기 충분하다.


그러면서 '엘리멘탈'은 여러 갈래 이야기로 펼쳐진다. 엠버와 웨이드 간의 로맨스를 비롯해 버니, 신더 부부가 여기까지 오게 된 비하인드, 그러면서 캐릭터들이 마음속에 간직한 꿈까지 여러 방향을 전개되는 것 또한 눈길을 끈다.



그중에서 '엘리멘탈'에서 가장 이목을 집중시키는 건 각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이민자들의 삶을 끄집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아마 한국인 이민자 2세인 피터 손의 뿌리와 성장과정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실제로 엠버를 포함한 불 원소족은 미국에 정착한 아시안 커뮤니티를, 엘리멘트 시티의 주류인 물 원소족은 미국 주류인 백인 사회를 상징하는 듯 보였다.


인간이 개인이 느끼는 주제인 사랑, 우정, 꿈, 가족 등이 아닌 이민 사회 같은 현실과 맞닿아있는 소재를 전체관람가 애니메이션에 녹여낸 건 픽사다운 접근법이다. 이민 1세대 부모들의 삶을 반영한 버니, 신더 부부의 험난한 정착기나 이민 2세대에서 겪는 혼란과 고민을 엠버가 마주하고 엘리멘트 시티가 앰버에게 드러내는 타자화,  그리고 물 원소족들이 은연중에 드러내는 원소 차별성 발언, 불 원소족의 폐쇄성 커뮤니 등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하지만 '엘리멘탈'은 4원소로 붓칠 한 사회문화를 딱 겉핥기식으로만 보여준다. 이민자 사회 이슈를 건드리지만 더욱 깊게 파고들지 않고, 엠버와 웨이드 두 캐릭터의 로맨스에만 무게를 두기 때문. 서로 상극이지만 함께 할 수 있다는 엠버와 웨이드에만 초점을 두면서 적당히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엔딩으로 정리해 버린다.


확실히 '엘리멘탈'이 외형적인 아름다움은 분명 모두를 황홀하게 만들지만, 마음 깊숙이 와닿게 하는 메시지와 스토리는 약하다. 이민자 사회 이야기를 꺼내놓고 얼렁뚱땅 두 캐릭터의 개인서사로 환기시킨 탓이 크다. PC(정치적 올바름)를 내세우면서 정작 중요한 부분을 회피하려는 디즈니의 모순이 픽사에도 퍼져있는 것 같아 유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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