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Hyun Jul 02. 2023

과거의 영광은 과거에 두는 걸로

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리뷰

1980, 90년대를 대표하는 어드벤처물의 대명사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가 15년 만에 속편 '운명의 다이얼'로 돌아왔다. 경쾌하고 씩씩한 금관악기 소리로 모험욕구를 샘솟게 만드는 '레이더스 행진곡'과 함께 그 시절 추억을 현시점에 소환하는 건 좋았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다섯 번째이자 최종장으로 불리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은 나치가 패하기 직전인 1944년 세계 2차 대전에서 시작된다. 성물 '롱기누스의 창'을 찾으러 갔던 인디아나 존스는 우연히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신비한 유물 '안티키테라'를 손에 넣게 됐고, 20여 년이 지나 대녀 헬레나 쇼(피비 윌러 브리지)와 나치 출신 물리학자 위르겐 폴러(매즈 미켈슨)가 이를 찾기 시작하며 잠정 휴업이었던 모험이 다시 시작된다.


안티키테라 때문에 인디아나 존스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중절모와 채찍을 챙긴 뒤 모로코, 그리스, 이탈리아 등 전 세계를 누빈다. 다양한 지역의 유적지를 방문하는 만큼, 육지는 물론이고 바닷속 해저, 심지어 하늘 위까지 인디아나 존스는 어디든 가리지 않고 누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건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로 41년 간 연기한 해리슨 포드일 것이다. 상남자 포스를 풍기며 관객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했던 그는 어느덧 머리가 하얗게 센 80대가 되었지만,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온몸을 내던지는 액션을 펼친다. 신체적 능력은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해 예전 같지 않지만, 관록과 판단력, 임기응변 등은 여전했다.



다만,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은 15년 만에 속편을 꺼내 보인 게 무색할 만큼 새로움이나 발전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오직 과거의 찬란했던 영광을 2023년에 똑같이 보여주며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뻔한 틀로 이어나간다. 이로 인해 신선함을 잃고 익숙함으로만 승부하려다 보니 기대를 충족하기엔 역부족이다.


영화는 이번 편만의 신선함을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로 표현하려고 한 것처럼 보인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위르겐 폴러를 연기한 매즈 미켈슨이다. 그동안 다수 작품에서 강렬한 아우라를 내뿜었던 악역을 소화해 오긴 했지만,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에선 그렇지 못했다. 그가 맡은 위르겐 폴러가 안티키테라에 집착하는 동기나 개연성이 약하고 악역으로 드러내기엔 캐릭터의 매력도가 떨어져 배우의 아우라만으로 커버하기엔 한계가 있다.


헬레나 쇼와 얼떨결에 모험을 하게 된 테디(에단 이시도르)는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 파트너보다는 되려 영화 몰입을 방해하는 민폐 캐릭터로 영향력을 끼친다. 이로 인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함께 한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며 재미까지 반감됐다.


'인디아나 존스 5'가 공개되기 전, 비슷한 사레로 30여 년 만에 속편으로 컴백한 '탑건: 매버릭'이 있다. '인디아나 존스'와는 달리, 단순히 그 시절 추억과 향수에 의존하지 않고, 시대에 걸맞은 변화를 잘 녹여내 전편을 뛰어넘은 속편으로 각광받았다. 이를 생각해 본다면,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로 마무리된다는 것이 아쉬운 굿바이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과거의 영광은 과거에 두고 박수칠 때 떠났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


매거진의 이전글 멀티버스 잘.알.의 멀티버스 쇼쇼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