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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Aug 20. 2023

불쾌함과 기괴함으로 계속 몰아치기

드라마 '마스크걸' 리뷰

보는 내내 기분 나쁜 불쾌함과 기괴함이 끊임없이 몰아친다. 강도는 어떤 드라마보다도 매운맛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 이야기가 되겠다.


지난 18일 공개된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파격적인 캐릭터와 예측불가 스토리, 인간의 추한 모습을 끄집어낸 동명 원작 웹툰을 드라마화해서 기대를 모았다.


'마스크걸'은 약 3년 가까이 연재된 방대한 양의 원작 웹툰을 7편으로 압축시켰다. 그러면서 김모미 캐릭터를 이한별, 나나, 그리고 고현정이 3인 1역으로 캐스팅돼 각각 회사원(성형 전), 쇼걸(성형 후), 교도소 수감자(중년)로 나눠서 소화한다. 이들이 3등분해 김모미 1인칭 시점으로 서사를 이끌어나감과 동시에 김모미의 주변 인물인 주오남(안재홍), 김경자(염혜란) 등의 서사까지 덧붙여 나간다.


김용훈 감독은 원작 웹툰 특유의 괴상하고 불편한 캐릭터들과 분위기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밀고 가는 정면돌파를 선택한다. 그래서인지 초반부에는 살인부터 강간, 리얼돌 등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자들에게 몰아붙인다. 물론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건 아니나 살인행위, 피, 음향, 미장센 등을 더해 잔혹하게 다가오고, 비슷하게 연출한 강간 장면도 상당히 세게 다가온다. 그의 전작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선보였던 '아름다운 불쾌감'이랄까. 또 캐릭터들이 풍기는 기분 나쁜 불쾌함도 강렬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 특유의 불쾌한 색깔과 냄새가 보는 이들에게 큰 호불호로 다가올 것이다.



그런데 '마스크걸' 스타일의 불쾌함과 기괴함이 은근 중독성이 강하다. 주인공 김모미를 비롯해 주오남, 김경자 등까지 납득하기 힘들면서 어딘가 모르게 비틀린 내면을 가진 캐릭터들에 몰입하게 만드는 효과로 이어진다. 특정 캐릭터에 감정이입이라기보단 관찰자로서 이들을 지켜봄과 동시에 내면을 감추기 위해 마스크를 써야만 하는 캐릭터들을 향해 경멸, 혹은 연민을 느끼게끔 만든다.


이 과정에서 캐스팅 단계부터 원작 웹툰 캐릭터와 엄청난 싱크로율로 각광받은 주오남 역의 안재홍, 넷플릭스 공개 직전 얼굴을 공개한 신인 배우 이한별의 미친 존재감이 눈길을 끌었다. 안재홍은 "원작 캐릭터를 집어삼켰다"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신들린 연기를 펼치며 초반부를 하드캐리한다. 이한별은 김모미와 똑 닮은 외모 싱크로율로 눈도장을 찍으면서 점점 뒤틀리는 캐릭터의 변화과정을 실감 나게 표현한다.


또 눈길을 끄는 건 염혜란이다. 그는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단순 모성애를 뛰어넘는 지독한 복수 서사를 펼쳐 보이며 보는 이들이게 쫄깃한 긴장감을 안겨준다. 중간중간 허무맹랑한 설정도 있긴 하나, 염혜란의 미친 연기력으로 커버한다.


다만 5회부터 '마스크걸'의 폭주하는 불쾌감과 기괴함이 조금씩 꺾이기 시작해 어딘가 모를 순하고 밍밍한 맛으로 바뀐다. '마스크걸'의 우직하게 돌격하는 힘이 빠져버려서인지 후반부 김모미를 담당하던 고현정의 열연에 비해 캐릭터의 스토리 및 설정 등이 임팩트가 약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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