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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Aug 22. 2023

우성이 형 연출 보호자 누구세요?

영화 '보호자' 리뷰

절친인 이정재가 영화 '헌트'로 성공적인 감독 데뷔신고식을 치른 것에 자극받았는지, 정우성 또한 배우 생활 29년 만에 첫 장편영화 연출작을 꺼내보였다. 하지만 대중에게 혹평을 면치 못하면서 연출 보호자를 붙여줘야 할 정도다.


정우성이 연출한 '보호자'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정우성)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수혁은 출소 후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응국(박성웅)의 조직을 떠나 평범하게 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응국의 오른팔이던 성준(김준한)이 평범한 삶을 원하는 수혁을 제거하고자 2인조 해결사 '세탁기' 우진(김남길)과 진아(박유나)를 고용하게 된다.


시놉시스부터 강력한 클리셰로 가득 차있는데 '보호자'는 다른 작품들에게 볼 수 없는 차별점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매우 익숙한 구조, 툭툭 끊기는 듯한 스토리와 캐릭터들의 감정선, 거부감 들게 만드는 K-신파 코드까지 '정우성다운 연출'이 무엇인지 98분간 보는 내내 파악하기 힘들었다.


또한 정우성이 연기하는 수혁 캐릭터는 쉽사리 몰입할 수 없게 만든다. '아저씨' 혹은 '존 윅' 시리즈 그 어중간한 사이에서 맴도는 수혁 캐릭터의 설정이나 그를 평범하게 살게끔 변화를 유발하는 여자 민서(이엘리야), 그리고 딸 인비(류지안)와의 전사, 관계성이 부족해 영화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우성의 장기인 화려한 액션 신으로 수놓긴 하나, 애초에 수혁 캐릭터에 납득할 수 없는 관객들 입장에선 액션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는 수혁 뿐만 아니라 '보호자'에 등장하는 다른 캐릭터들에게도 해당된다. 2인조 해결사 '세탁기'에서 우진 역을 맡은 김남길은 아이 같은 천진함과 짐승 같은 잔혹함을 동시에 드러내긴 하나, 캐릭터 자체의 깊이가 부족해서인지 '조커 아류작'처럼 보였다. 우진의 파트너 진아 역의 박유나 또한 묘한 아우라를 풍기지만, 연기력만으로 개성을 드러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쉽게 말해 두 배우가 허무하게 소비된 셈이다. 특별출연인 박성웅은 그가 정녕 출연했어야 했나 의구심이 들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그나마 성준을 연기한 김준한의 고군분투가 볼만했다. 열등감과 지질함으로 메운 그의 연기력 덕분에 빌런인데도 괜히 안쓰럽게 느껴진다. 마치 을을 대변하는 모습처럼 다가왔다. 단면적인 성준 캐릭터를 오직 그의 열연으로 표현하고 있다.


결국 감독 정우성의 첫 연출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혼 없이 기시감의 연속이 장면과 서사로 일관해 그의 스타일이나 연출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러닝타임이 다른 상업영화들에 비해 짧아서 되려 다행이었다. 다음 작품에 도전하기 전에 '연출 보호자'를 만나 보완하는 게 필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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