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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Sep 01. 2023

캐릭터 싱크로율에만 너무 올인했어

드라마 '원피스' 리뷰

원작만화 속 캐릭터들이 만화책을 찢고 나온 듯한 완벽한 싱크로율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인 것 같다. 엄청난 제작비를 들였는데도 '고비용 저효율' 팬메이드 드라마라고 생각될 만큼 오글거리는 장면의 연속 때문에 버티기 매우 어렵다.


일본을 넘어 한국,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인기 만화 '원피스'가 넷플릭스를 만나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화한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찾아왔다. 총 8회로 구성된 '원피스'는 해적왕을 꿈꾸는 주인공 몽키 D. 루피가 보물 '원피스'를 찾고자 이스트 블루를 떠나 위대한 항로(그랜드 라인)에 입성하기까지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회당 제작비가 약 1,800억 달러(약 238억 원)라고 알려져 있으며, 원작자 오다 에이이치로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이목을 끌었다.


먼저 원작 팬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넷플릭스 실사 드라마의 강점은 완벽하게 구현해 낸 '원피스' 캐릭터들이다. 공개 전 캐스팅 단계에서 잘 어울릴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막상 공개하니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루피 역을 맡은 이냐키 고도이를 비롯해 아라타 맛켄유(롤로노아 조로 역), 에밀리 러드(나미 역), 제이컵 로메로(우솝 역), 태즈 스카일러(상디 역), 드라마에 출연하는 수많은 배우들의 분장 싱크로율은 가히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


하지만 '원피스'를 넷플릭스로 처음 접하는 시청자의 시각에선 이질감이 느껴진다. 일본 만화를 실사화한 다른 작품에서도 주요 문제점으로 드러난 특유의 팬 코스프레를 연상케 하는 분장이나 우스꽝스러운 영상미가 걸린다. 또 너무 캐스팅과 캐릭터의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머리색 디자인 등도 어색한 구석이 더러 보인다.  



하지만 캐릭터 싱크로율에 올인한 듯한 느낌이다. 캐릭터 실사화 못지않게 다이내믹한 액션과 배틀이 원작 만화의 강점인데 실사 드라마에선 이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물론 만화적 요소를 100% 구현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건 감안하더라도, 전반적으로 맥 빠지는 액션의 연속이라 타격감이나 속도감이 전혀 없다. 결국 원작의 밀도 높은 서사에 의존하게 된다. 


여기에 '원피스'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기복을 보인다. 배우들의 실제 성격이 반영돼 일상 연기에선 자연스럽긴 하나, 8부작 중 일부 중요한 장면에선 원작 컷처럼 표현하려다가 어색하고 오글거리게 만들어 호불호를 유발한다. 이는 결국 고비용 저효율 팬메이드 드라마로 전락하게 된다. 


'원피스'가 공개되기 약 2년 전, 넷플릭스는 비슷한 일본 만화 실사화 드라마인 '카우보이 비밥'을 선보였다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혹평 세례를 맞았던 적이 있다. 원작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재해석했고, 코스튬 플레이를 연상케 하는 어색한 연출과 연기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카우보이 비밥'과 비교한다면 '원피스'는 당시 문제점을 어느 정도 보완한 면은 보인다. 그러나 실사화로 표현하기 힘든 원작 컷들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점, 타격감 1도 없는 액션, 기복 심한 연기력은 '원피스' 마니아나 일반 시청자들의 큰 진입장벽이다. 


게다가 이미 대중은 만화를 영화로 훌륭하게 실사화한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나 DCU(DC 유니버스)의 높은 완성도를 경험해왔다. 또 최근에는 디즈니+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무빙'의 퀄리티 높은 실사화를 시청 중이다. 앞으로 '원피스' 실사 드라마가 위대한 항로에 진입한 이후 이야기를 그린다면, 앞서 나열한 단점들은 분명 극복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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