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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Sep 25. 2023

명쾌한 칼 소리, 답답한 이야기 소리

드라마 '도적: 칼의 소리' 리뷰

제목처럼 시청자들에게 들려주는 칼의 소리는 명쾌하다. 하지만 이를 받쳐줄 이야기 소리가 답답하다. 장단점이 명확한 '도적: 칼의 소리'가 '오징어 게임', '수리남'의 뒤를 이어 추석 연휴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지난 22일 공개된 넷플릭스 '도적: 칼의 소리'는 1920년 중국의 땅, 일본의 돈, 조선의 사람이 모여든 무법천지의 땅 간도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하나 된 이들이 벌이는 액션 활극이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15년 만에 만주를 배경삼은 마카로니 웨스턴 장르를 내세워 호기심을 자극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 삼았던 다룬 작품들처럼 독립운동가와 친일파가 등장하긴 하나, '도적: 칼의 소리'에선 메인은 아니다. 무법천지인 간도에서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려는 이윤(김남길)의 도적단이 극의 중심이 되어 스토리를 이끈다. 여기에 돈이면 뭐든지 다 하는 언년이(이호정), 독립운동가지만 조선 총독부 철도국 과장으로 위장한 남희신(서현), 조선 양반이지만 누구보다 일본에 충성하는 이광일(이현욱) 등이 얽히고설킨다.


'도적: 칼의 소리'는 시대의 아픔을 웨스턴 활극으로 풀어낸다. 장르에 맞춰 황무지에서 펼쳐지는 각양각색 액션 시퀀스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데, 그중 도적단 우두머리 이윤과 언년이의 액션이 단연 압권이다. 무술감독들도 인정한 김남길이 선사하는 장총, 칼, 도끼, 맨손격투 그리고 마상 액션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액션 스타일은 역시나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게 만든다. 이에 못지않게 칼과 총을 능숙하게 다루는 이호정의 액션신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김남길 보러 왔다가 이호정에게 반한다'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이와 함께 등장인물 간 합이 어우러진 액션 합도 볼거리다. 특히 간도 대지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마상액션과 도적단 모두의 주특기를 조명한 명정촌 액션은 '도적: 칼의 소리'에서 손꼽히는 액션 시퀀스다. 보는 이들에게 쾌감을 안겨준다.


총, 칼 소리는 확실한데 반해 이 작품이 들려주는 이야기 소리는 9부작을 전개하는 내내 덜컹거린다. 초반부인 1, 2회에 1920년대 시대적 배경 설명 및 각 인물들의 사연을 제각각 소개하는 데에 지나치게 할애한다. 그래서 본격 액션이 나오기 전까지 하품이 나오더라도 버텨야 한다.


캐릭터 간 톤 앤 매너가 들쭉날쭉한다. 차분하고 우울한, 그리고 비장한 이윤과 달리 그의 도적단 최충수(유재명), 산군(김도윤), 초랭이(이재균), 금수(차엽)의 약간 코믹한 티키타카, 김선복(차청화)의 너스레로 교차하며 보여주다 보니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애매함만 가중한다. 여기에 이윤과 남희신, 이광일 간 삼각서사는 굳이 있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와닿지 않는다. 그리고 시대고증에서도 아쉬움을 드러낸다.


'도적: 칼의 소리'는 도적단을 앞세워 범죄 소탕을 목적으로 모인 다크 히어로를 연상케 한다. 외형적인 면은 제법 그럴싸하지만, 서사가 탄탄하지 않기 때문에 짜임새 있고 완성도 높은 시대극을 기대한 이에겐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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