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리뷰
요리조리 살펴보면, 트렌드세터가 될 자질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련된 매력을 드러내는 건 '강동원'이 전부다.
추석연휴를 겨냥해 개봉한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가 지금껏 경험해 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웹툰 원작 영화다. '반도'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강동원의 신작이며, 허준호, 이동휘, 이솜, 김종수, 박소이가 한 데 뭉쳤다.
최근 귀신을 잡고 사람들을 구하는 구마 혹은 퇴마 소재 장르물들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그래서 대중에게 쫄깃한 긴장감을 안겨주거나 혹은 권선징악형 서사로 제대로 된 쾌감을 선사하는데,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예고편만 봤을 때는 후자에 코믹물을 약간 섞은 느낌이 강했다.
권선징악형 퇴마 이야기에 코믹물을 섞은 전반부는 보는 이들에 따라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충분히 흥미를 끌 만했다. 다소 비논리적인 퇴마와 정반대인 첨단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귀신을 만들어내 퇴마극으로 먹고사는 퇴마사(기꾼) 천박사와 그의 파트너 강인배(이동휘)의 활약상과 감칠맛 나는 말발 티키타카는 기존 장르물 클리셰를 비튼 듯한 인상을 줬다. 여기에 김성식 감독이 과거 '기생충' 조연출 시절 인연을 맺었던 박명훈-이정은 히든카드의 '기생충' 패러디는 웃음포인트가 되어 관객들을 저격했다.
재미로 기선제압하기 위해 히든카드를 초반에 일찍 오픈한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제작진은 메인 스토리라인인 제보자 유경(이솜)의 사연을 전개하면서 판타지와 호러, 액션 조미료를 적당하게 뿌려나갔다. 그러면서 무속인으로 분한 박정민과 깜짝 등판한 블랙핑크 지수 히든카드를 한 번 더 오픈해 웃음을 유발한다.
제법 먹혀들긴 했지만, 이들이 꺼내 보일 수 있는 카드를 너무 일찍 오픈해 버렸는지 쉬지 않고 달려야 할 중반부터 속도감이 빠지기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대립각을 세우게 되는 천박사와 범천(허준호) 간이 제대로 부딪치는 과정에서 몰입도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힘을 얻지 못하는 모양새다. 또 캐릭터들이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이고 앞에서 웃음을 안겼던 재미도 금세 휘발되는 인상을 심어준다.
'머털도사' 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에 또 다른 차별점이 있다면 강동원이다.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한 '만화 같은 비주얼'은 영화의 허술한 설정들을 메울 만큼 강력한 존재감을 지닌다. 하지만 그의 대표작 '전우치'에서 보여줬던 재기 발랄함과 딱히 다르진 않다. 연출진이 강동원을 색다르게 구현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라서 관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천박사 퇴마 연구소'를 봐야 하는 자신들만의 강력한 '킥'이 없다. 다양한 장르를 오가긴 하지만 힘이 달리고, 아낌없이 때려 넣은 CG나 위기가 해결되는 방식 또한 어중간하다. 매력적인 트렌드세터가 될 법했는데, 올드한 결과물로 남게 됐다.
★★